[미디어펜=김소정 기자]차기 대권에 도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 뒤 첫주 민생행보에 이어 여의도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설연휴까지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겠다던 계획이 대폭 수정된 것으로 좌우를 넘나드는 인물들과의 접촉으로 반기문 제3지대론이 다시 뜨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통화했다. 이어 21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따로 만났다. 23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과 첫 공개 회동도 가졌다. 박덕흠, 권석창,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이철규, 민경욱, 박찬우, 김성원 등 9명이다. 

이 중 박 의원은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서 반 전 총장을 만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인 바 있다. 박 의원은 24일 언론에 “설을 전후해 탈당할 것”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의 새누리당 입당은 어려울 것 같다. 먼저 당을 나가서 무소속으로 머물며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앞서 박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존 정당에 입당이 아니라 제3지대론’을 묻자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 참석자들이 ‘보수 대통합의 구심점이 돼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반 전 총장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비패권 제3지대’를 논의했다. 

이렇게 볼 때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동시에 그가 창당한 바른정당으로 바로 입당할지, 제3지대에 머물면서 야당의 ‘반 문재인’계까지 아우르는 ‘빅 텐트’ 구축에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 차기 대권에 도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 뒤 첫주 민생행보를 마치고 곧바로 여의도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좌우를 넘나드는 인물들과의 접촉으로 반기문 제3지대론이 다시 뜨고 있다./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24일 창당대회를 연 바른정당의 정병국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바른정당의 창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비전과 정책 제시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새 희망을 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과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으로 새누리당의 추가 탈당 행렬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차 탈당 행렬의 스타트는 23일 박순자 의원이 끊었다. 이어 지난 1차 탈당 때 이름을 올렸다가 미뤄진 강석호, 나경원, 심재철, 윤한홍 의원이 곧이어 탈당한다. 추가로 이철규, 정유섭, 홍철호 의원 등도 탈당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이중 심재철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현역 의원들과 25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파가 많아질수록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하는 대신 독자세력을 고려할 가능성도 커졌다. 탈당한 의원들을 모아 원내교섭단체 구성 수준인 20석만 확보할 경우 신당 창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자세력을 형성한 뒤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데 이어 국민의당과 연대를 타진해 성사될 경우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본선에서 양자대결로 맞붙을 수 있다. 

여기에 한때 여권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야권의 주요인사인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빅 텐트의 대표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반 전 총장은 ‘대선후보 중도 사퇴론’을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 지지층에서 이런 의견이 우세한 만큼 반 전 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그의 조카와 동생의 부패 스캔들이 터진 뒤 외신에서도 “반 전 총장이 가족의 비리를 알면서 감췄는지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지난 새누리당 초선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 끝까지 간다”고 강조했고, 반 전 총장의 캠프에서 활동 중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도 24일 “반 전 총장이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0%”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기 전부터 대선후보 중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오래 전부터 대선후보로 거론되어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이 10%대를 넘지 못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은 5%대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치 초년생으로 볼 수도 있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20%대를 오르내리는 현상은 계파나 정당을 불문하고 연대를 꿈꿔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귀국 전까지 ‘진보적 보수주의’를 자처했고, 귀국 이후에도 ‘정치교체’의 조건으로 개헌을 내세우면서 ‘보수 대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정치적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반 전 총장이 말하는 정치교체가 무엇이고, 보수를 대통합시킬 정체성을 선명하게 구체화시켜야 제3지대 빅 텐트를 이끌어갈 리더십도 드러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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