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대회서 대선주자들 연설 병행…대국민사과 등 '朴 거리두기'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바른정당이 지난달 27일 국회의원 30명의 새누리당 집단 탈당을 결행한 지 28일 만에 중앙당 창당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지난 5일 발기인대회를 기점으로 하면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지 19일 만에 당이 만들어진 셈이다.

바른정당은 24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당직자와 당원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새누리당 집단 탈당자 29인, 선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전날(23일) 합류한 박순자 의원을 포함 현역의원 31명을 둔 원내 제4당으로 자리잡게 됐다.

바른정당은 창당대회의 첫 순서로 김무성 고문이 원내외 창당 주역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채로 '대표로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만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발 정국 혼란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였다.

   
▲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 행사 초입에 31명의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무릎을 꿇은 채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후안무치한 패권세력"으로 규정, '최순실 국정농단과 헌법위반'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통해 탈당 명분을 다지는 한편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이 오늘 새출발을 한다"며 큰절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바른정당은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을 초대 당대표로, 김재경·홍문표·이혜훈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추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연직 최고위원을 맡았다.

갈라져 나온 새누리당과 달리 바른정당은 전당대회를 폐지하고, 전대를 대신할 당원대표자회의 및 상임당원대표자회의 의장에 강길부 의원이 선임됐다.

창당대회에 앞서 창준위 회의 단계에서 각각의 당직자는 내정된 상태였으나, 이날 창당대회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호선을 통해 선출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당헌 부칙에 따라 당대표를 호선하는 과정에서 대의원 중 일부는 '김성태 의원'의 이름을 목청높여 외쳤지만, 이내 이학재 의원이 당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 내정자를 호명하면서 임명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 직후에는 또다른 대의원이 호남 대표로 정운천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고성을 지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강길부 의장 역시 호선을 거쳐 추대됐다.

   
▲ 24일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로 공식 추인되기에 앞서 정병국 의원은 창당준비위원장으로서 창당과정 보고를 했다. 말문을 엶과 동시에 정병국 대표는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사진=미디어펜


정병국 초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새누리당을 '가짜보수'로 규정하고 배격한다며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겠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를 중심에 세우고 더욱 발전시키겠다. 바른정당이야말로 진짜 보수세력"이라고 적통 보수를 자처했다.

정의로운 국가, 깨끗한 사회, 따뜻한 공동체, 법치·윤리 준수, 반듯하고 수평적인 정당 등 긍정적인 수사를 내세우며 "범(凡)보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바른정당은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 '정의'를 앞세운 정강정책도 확정했다. 

다만 이 정강정책에는 과거 야권의 기조로만 여겨진 '재벌개혁'이 명시됐으며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 위주 정책기조도 부각됐다. 정강정책 초안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맺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해, 정체성 논란을 한차례 빚었음에도 '존중'한다는 표현을 최종안까지 유지해 총체적 '좌클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사진=미디어펜


한편 이날 외빈으로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염동열 새누리당 전략기획부총장,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달했다.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각당 대표는 축하 화환을 보내왔다. 

의원직 유지를 위해 사실상 바른정당원으로 활동을 지속하다가 중징계를 받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현아 의원은 원내 창당 주역 인사들을 소개할 때 바른정당원들과 나란히 섰다.

   
▲ 다른 당적을 갖고 바른정당원으로서 활동하다가 중징계를 받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현아 의원이 24일 바른정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주요 당직자들과 나란히 섰다./사진=미디어펜


당내에서는 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 뿐만 아니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자리했으며 각각 '대선 출정식'에 버금가는 연설을 남겼다. 당내 대표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과 함께 이들은 '종북좌파와의 연대는 없다'는 방침에 입을 모았다.

특히 유 의원과 남경필 지사는 창당대회 제2부에서 혁신리더 비전 발표회를 갖고 집권 후 구상을 밝히는 한편 공통적으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2개월 단축' 공약을 질타하며 '안보 보수' 이미지를 피력했다.

다만 유 의원은 자신의 경제전문가·국회 국방위 8년 경력과 함께 ▲한미동맹 기반 안보강화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강조했고, 남 지사는 자신의 도정·연정 경험과 함께 ▲모병제 이행을 통한 한국형 자주국방 ▲벤처 단지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 등을 내세웠다.

   
▲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 피날레 장면./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