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분 산 국회회관 '곧, BYE展'은 빙산의 일각
병든 한국문화 좌편향, 이대론 안된다는 인식이 중요
   
▲ 조우석 주필
국회의원 표창원이 해냈다. "장하다, 표창원!" 소리가 나올 판이다. 물론 역설이다. 보수성향의 시민은 물론 이 땅의 여성 유권자와, 아내 있고 딸을 키우는 남성 모두의 가슴에 불을 지른 표창원의 공로 때문인데, 그건 나꼼수 김용민의 역할을 웃돈다.

막말대왕 김용민은 2012년 총선에서 저질 발언을 쏟아내면서 보수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지 않았던가? '제2의 김용민'표창원이 장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의 진실을 똑바로 보게 한 공헌이다. 표창원이 문제의 '곧, BYE展'을 주최한 건 본래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 항의의 차원이었다.

그 낯 뜨거운 전시회에서 현직 대통령을 나체로 등장시킨 '더러운 잠'(이구영 作)을 선보였던 건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한 정치풍자로 현정부를 공격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표창원은 정치인으로, 인간적으로 추락했지만, 그걸로 그쳐선 안된다.

제대로 점검할 것은 세 가지인데 첫째 오염된 한국문화계의 좌편향이 얼마나 끔찍한 수준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이 점에 눈감은 조중동의 무지와 위선 그리고 '더러운 보도태도'를 고발해야 옳다. 셋째 며칠 전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에 출두했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현정부 때리기의 돌출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도 차제에 정리해야 한다.

   
▲ 2012년 논란을 일으킨 강은희·홍성담의 '박근혜 출산 작품' 그림. 산부인과 시술 의자 위에 박근혜 후보가 누워 있고, 박 후보가 막 출산한 선글라스 낀 아기에게 의사들이 거수경례를 한다.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신격화와 유신을 동시에 풍자할 의도가 있다고 그림을 그린 이유를 밝혔다. /사진=자료

표창원이 보여준 블랙리스트의 진실

첫째 한국문화계의 오염 문제. 이번 국회의원회관 전시회 출품작 '더러운 잠' 앞에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어떻게 작가라는 위인들이 저 따위 저질을 작품이랍시고 내놓을까? 풍자를 가장한 질 낮은 인격모독과 폭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상인이라면 그걸 되묻고 있지만, 기회에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게 사회적 증오와 정치적 편견으로  오염된 좌편향 한국문화예술의 수준이다. '더러운 잠'을 제작한 작가가 돌출행동을 한 게 아니라 평균적 작가의식이고, 한국적 풍토를 반영한다.

그 현장을 확인하려면 여의도 의원회관뿐이 아니라 당장 광화문 광장을 가봐도 된다. 대통령이 어린 아동을 강간하는 그림을 그려 전시한 것도 미술작가이고, 대통령 인형의 목을 잘라 어린아이들을 시켜 발로 차고 다니게 만든 연출자도 마찬가지다. 

그건 장르 불문인데, 원조쯤에 해당하는 게 문학이다. 문단에서 "전투적 서정미학의 간판"이라는 치켜세우는 전라도 광주 시인 김남주(1946~1994)의 작품을 보자. 그는 1968년에 죽은 '풀'의 시인 김수영 이후 분노와 저항의식을 한국문단에 심었는데, 이들은 헬조선 심리의 선두주자라고 보면 된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주인이 종을 깔보자/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바로 그 낫으로"(김남주 시 「낫」일부)

"예술이라면 제 애비도 몰라보는 후레자식이 예술지상주의였다/염병할!/부르조아 새끼들의 위선이 거만이 구역질나서 보들레르는/자본의 시궁창 파리 한복판에 악의 꽃을 키웠다//대한민국의 순수파들 절망도 없이/광기도 자학도 없이 예술지상주의를 한다/…에끼 숭악한 사기꾼들/죽으면 개도 안 물어가겠다/…"(김남주의 시 「예술지상주의」 일부)

김남주 등이 말했던 민중문학이란 본래 산업화의 그늘과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주자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섬뜩한 공격성을 드러냈다. 예술지상지상주의를 때리는 화끈한 시에서 보듯 그는 시에서 시도 때도 없이 피, 칼, 학살, 죽창, 도살장 등의 섬뜩한 용어를 남발했다.

   
▲ 홍성담의 아크릴화 '김기종의 칼질'. 2015년 '리퍼트 美대사 테러' 옹호 그림으로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에 걸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자료

피, 칼, 학살, 죽창, 도살장이란 詩語…

사실 김남주는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의 준말로 베트콩을 본 딴 혁명조직)의 핵심멤버로 활동했으며, 광주5.18 설계자의 한 명이다. 광주꼬뮌(해방구)을 실현하려 했던 그가 몸에 밴 공격성과 사회적 증오가 문학장르를 넘어 한국문화 전체의 DNA로 심어졌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런 나쁜 DNA를 증폭시킨 더러운 화가가 홍성담이다.

기억하시듯 그는 4년 전시회에서 미혼의 여성 대통령을 모독하는 최악의 그림을 출품해 논란을 빚었다. 박 대통령이 산부인과 수술대에서 갓난아이를 출산하는 엽기적인 장면을 그려댔던 것이다. 뿐인가? 그는 2년 전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주한미대사 리퍼트에 대한 테러를 소재로 한 반미(反美)와 테러 찬양을 담은 그림 '김기종의 칼질'을 만들었는데, 작품이랄 것도 없다. 칼을 든 김기종이 리퍼트의 목을 겨누고 달려든 장면을 그렸는데, 터무니없게도 이 작가는 김기종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에 비유한다. 당시 전시공간이 버젓한 서울시립미술관이었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이게 무얼 말할까? 홍성담 류의 작품이 예외적 정신병자들이 소일거리가 아니고 파인아트로 예우 받고, 국공립 전시공간에서 떠받들어진다는 얘기다. 한국문화의 오염이 이토록 참담하다. 차제에 점검할 두 번 째는 이런 점에 눈 감은 조중동의 무지와 위선이다.

국내 언론에서 좌파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일보 1월23일자 사설의 경우 블랙리스트 논란을 보며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간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헛소리를 했다. 문화예술이 무언지도 모르고, 이 니라 문화의 특수성엔 눈을 감고 있으니 이 따위 말을 쉽게 한다.

지난달인 12월29일자 사설 '문화계 블랙리스트,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규명하라'에서도 그들은 선동을 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가가 사전검열이나 예산지원 배제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범죄다. …초법적, 탈법적 국가폭력이나 다름없다.'는 식이다. 황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지원의 낡은 명제를 거룩한 원칙인양 떠받들었다. 내 판단은 이렇다. 지금의 병든 한국문화를 내버려두거나, 좌파 예술인들에게 국민혈세로 제작비를 퍼주는 건 넋 빠진 행위이고, 자기 몸을 찌르는 자해(自害)에 불과하다.

중앙일보의 경우 1월25일 사설에서는 또 다른 소리를 해 우릴 놀라게 했다. 제목대로 '민주당, 박근혜 누드화 내건 표창원 제명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든 문화예술의 구조는 모른 채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한두 개 사안에 대해 짐짓 화를 내는 척한 것이다. 이 정도의 표피적 인식과 처방으론  한국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새삼 지적해둔다.

   
▲ 지난 23일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 사무실에 나갔던 유진룡은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유진룡의 처신은 문화행정의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국무위원으로서 소신보다는 병든 문화계를 직시하지 못한 한풀이나 다름없다. /사진=연합뉴스

유진룡의 돌발발언을 어떻게 볼까?

그리고 세 번 째 문제다. 며칠 전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에 출두했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현정부 때리기의 돌출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는 문제다. 정통관료 출신으로 이 나라 문화예술계 풍토를 알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도 이해할 법한 그가 아니던가?

입을 닫고 있거나, 이 정부를 두둔했어야 할 그가 왜 반대로 행동했을까? 블랙리스트 작성을 놓고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를 훼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일갈했다.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명한 범죄 행위다"고까지 비판했다.

지난 23일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 사무실에 나갔던 유진룡은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 이의춘 대표도 그를 비판하는 글을 썼지만, 그의 지적에 나는 백 번 천 번 공감한다.

둘 중 하나다. 우선 유진룡은 조선일보처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지원의 낡은 명제를 거룩한 원칙인양 떠받드는 바보의 한 명이란 얘기에 불과하다. 병든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모른 채 문화행정의 수장(首長)노릇을 했다는 뜻이니 가슴 철렁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유진룡이 이 정부 초기에 국실장 인사권을 해당 부처 장관에게 일임하지 않은 채 쥐고 있었던 청와대에 대한 반감이 컸고, 그런 악감정이 지금껏 쌓여 이번 돌출발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대목은 청와대의 실수였다. 장관이 소신행정을 펼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줬어야 옳았다.

그래도 그렇지. 책임있는 국무위원으로서 적대적 환경에 둘러싸여 체제방어에 여념 없었던 박근혜 정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먼저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다. 암튼 유진룡의 행동은 이해 못할 구석이 많다. 하지만 정말 걱정은 공명심에 사로잡힌 특검 쪽이다.

유진룡의 참고인 발언을 빌미로 그들이 김기춘-조윤선 등에 대한 앞으로의 수사를 짜맞추기식으로 더욱 더 진행할까 하는 점이 못내 두렵다. 단언컨대 유진룡의 참고인 발언보다 본 칼럼의 진단과 처방이 백번 천번 맞다. 박영수 특검, 당신이 이점을 충분히 참고하시길 바란다. 혁명검찰로 변질된 당신의 특검이 지금 무슨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란 뜻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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