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운 채 남중국해 상공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사고 열흘 가까이 지난 가운데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각가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CNN6일 이번 사건의 10가지 의혹에 대해 정리했다.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로 227명의 승객과 12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보잉 777-200은 당시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도중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영해의 경계 지역에서 실종됐다. 말레이시아항공 사고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스터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사진출처=뉴스와이 방송 캡처
 
조종사 정보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납치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 초점을 승무원과 승객에게 맞춘 가운데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와 부기장 파리크 압둘 하미드(27)가 유력 용의 선상에 올랐다.
 
기장 샤는 보잉 777기 베테랑 조종사로, 18365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으며 1981년에 말레이시아 항공에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기혼자로 3명의 자녀가 있고, 제일 어린 자녀와 함께 살았다.
 
쿠알라룸푸르 외곽 고급 주택지구에 위치한 기장의 자택에서 정교한 비행 시뮬레이션 기기를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기장 파리크 압둘 하미드(27)2007년 입사했고, 2763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으며 부모 및 4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다.
 
지난 14일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이들 두 사람의 자택을 수색했고, 여객기의 운항을 지원한 엔지니어 등 지상 요원까지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교신 내용에서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항공기의 통신시스템은 보통 음성 통신과 자동응답장치(Transponder 관제시스템에 항공기가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VHS무전기)과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3가지가 있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겸 교통장관 대행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실종기 조종석으로부터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의 일부가 꺼지고 나서 쿠알라룸푸르 관제탑에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괜찮다, 좋은 밤 보내라'(All right, good night)'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목소리의 주체는 기장인지, 부기장인지 혹은 제3의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CARS의 다른 기능인 '전송 시스템'은 트랜스폰더가 꺼지고 나서도 5시간 이상 신호를 보냈으나 여기에는 속도와 고도 등 위치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실종기의 경로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ACARS의 전송 시스템까지 끄려면 조종석 아래에 있는 전자 설비를 따로 만져야 하는데 이 차단 방법은 조종사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는 조종사가 껐거나 항공기에 대해 이해가 깊은 사람의 소행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종 항공기는 어디로 갔을까?
 
실종된 이 여객기가 납치돼 인도양으로 향했다면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 쪽으로 향하는 북부 항로와 남인도양 방향의 남부 항로 등 2가지 항로가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말레이 여객기가 북쪽 항로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다 바다에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부 항로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미국이 통제를 강화하는 영공이 포함돼 추적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객기가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남쪽으로 이동하다 바다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데 실종기가 해상에 추락했다면 인도양은 평균 깊이가 3600로 잔해 수색 작업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종사가 레이더를 피해 비행할 수 있을까?
 
전투기 조종사는 레이더에 탐지되는 것을 피해 비행하는 특수 훈련을 받지만 민간 여객기 조종사는 보통 이 같은 훈련을 받지 않는다.
 
실종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직후 레이더를 피해 비행한 사실이 파악된 가운데 조종사들이 누군가의 협박을 받아 전술적 회피 기동을 했거나 아마추어 비행사로 추정되는 제3의 인물이 비행기를 운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행기가 어딘가 착륙할 수 있을까?
 
실종 항공기 납치설이 무게를 얻으면서 항공기가 육지에 착륙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공기가 숨겨진 비행장에 착륙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종 항공기와 같은 대형 항공기가 착륙하려면 상당히 긴 활주로가 필요하고, 당국이 착륙 가능 지점을 확인했지만 현재까지의 수색 상황을 놓고볼 때 그런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 상황에서 납치나 테러의 확률은 얼마인가?
 
애초 이번 사건은 사고 여객기에 위조 여권을 소지한 채 탑승한 테러리스트들이 벌인 테러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항공기가 통신장치를 끄고 회항한 증거가 포착되면서 납치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랐던 도난 여권 사용 탑승객도 테러와 연관된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도난 여권을 소지하고 실종 여객기에 탑승한 사람은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려던 이란인으로 밝혀졌다며 테러 단체 조직원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과 연방수사국(FBI)은 납치나 테러 2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 고장 가능성은?
 
기계 오작동이나 고장 등에 따른 공중 회항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이 경우 조종사들이 관련 교신을 하지 않은 점은 설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계적 고장으로 항공기가 물에 비상 착륙하지만 조종사들로부터 구조신호가 없었고 항공기 자동경보장치도 작동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항공기 엔진 2개가 동시에 멈췄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최고 2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다며 이는 구조 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과열 문제로 인한 폭발 사고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경우 항공기가 베이징으로 가는 정상 항로를 벗어나 서쪽으로 급회항하고 통신 장비를 끄고 5~6시간 비행했다는 점은 설명되지 않는다.
항공기가 유성에 맞아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같은 경우가 발생될 확률은 매우 낮다.
 
일부 탑승객 가족들이 실종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보니 신호가 가는 원인은?
 
산업 분석가 제프 케이건은 "신호가 간다고 실제로 상대 전화에서도 벨이 울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호가 가는 것은 상대 휴대전화를 찾고 연결하려는 과정 중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근 전화라면 바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장거리나 국제전화의 경우 전화가 실제로 연결되기 전 신호음이 몇 번 날 수 있다고 케이건은 설명했다.
 
여객기의 미스테리한 실종 사건 이번이 처음인가?
 
이번 사고는 지난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편 여객기 사고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2009531일 저녁 730분께 승객과 승무원 228명을 태우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갈레앙 국제공항을 이륙, 프랑스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소속 A330 에어버스 여객기는 이륙하고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교신이 끊겼다.
 
수색 엿새째에야 처음으로 사고기의 잔해를 발견했고, 이후 한 달여에 걸친 수색 끝에 잔해 600여 점과 시신 50구를 찾았지만 블랙박스는 찾지 못했다.
 
2년 뒤인 20115월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BEA) 수색팀은 로봇잠수정을 동원해 브라질 북동부 해안 대서양 해저 3900지점에서 블랙박스 회수에 성공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이 에어버스 항공기는 비행속도계가 고장을 일으키면서 자동조종장치가 멈추고 비행고도가 떨어졌으며 이에 대해 조종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추락 원인으로 지적됐다.
 
BEA은 이번 사고 수색에도 투입됐다.
 
한편 사고 발생 열흘이 된 현 시점에서 사고기 수색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고, 수색 및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