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서 리더십전형 중요해진 탓...입학사정관 추천서 조작 등 잡음도

   
▲ 김소미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요즘 학교 현장은 선거철이다. 매년 이 맘 때면 늘 그렇다. 학급 임원선거, 학교 임원선거가 줄줄이 열린다. 학교에선 학급 회장선거가 끝나면 전교 회장과 학생회 임원선거를 한다.

학생 선거를 볼 때마다 후보들의 당당한 모습에 흐뭇함을 느낀다.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연설문과 공약도 훌륭하다. 특히 공약이 매우 구체적인데 대해 가끔 놀라기도 한다. 많이 준비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학급에 휴지와 물티슈 등 소모품은 항상 비치하겠다”, “수행평가와 과제물 전달사항을 매일 문자메시지로 서비스하겠다”는 식이다. 학생들이 평소에 공감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많이 나온다. 연설도 또박또박 잘 한다. 선거 기획물 준비도 훌륭하다.

하지만 학교 선거에는 적잖은 문제점도 노출된다. 우선 학생들이 친구 추천하기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후보자 추천에 선뜻 나서지 않아 학급은 주로 자기 추천에 의존한다. 친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측면도 있으나 여기엔 묘한 경쟁심이 작용하는 듯하다. 회장이라는 경력을 남에게 안기기 싫다는 보이지 않는 의식이다. 타인 추천은 없어도 자기 추천이 10명은 된다는 점은 그런 방증이다.

다른 학교에선 학급회장 선거와 관련해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들린다. 회장 연설문과 공약을 만들어 주고 연설연습을 시켜주는 사설학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선거 시즌이 되면 학생 못지않게 입후보자 어머니들도 바쁘다고 한다. 학급 회장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학부모는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표를 몰아 달라는 전화를 돌리기도 한단다. 선거 홍보인 셈이다. 학교 선거가 치맛바람에 휘둘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학생 임원선거가 뭐라고 부모들이 나선단 말인가. 또 다른 학교에선 후보자 부모간 신경전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정치판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물론 학교 전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이 학교 선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이러한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일까. 무엇보다 입시 탓이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소위 리더십 전형이라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 큰 원인이다. 이 전형에선 학생회장 등 학교임원 경력이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학급회장, 전교회장이 이른바 스펙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임원으로서 다른 학생의 모범이 될 만한 우수한 학생이 회장으로 추천되기보다 자기추천 방식이 더 잦은 이유가 된다. 학원에서 선거준비를 하고, 치맛바람이 거세진다는 얘기도 대학입시와 무관치 않다.

   
▲ 고등학교 선거철을 맞아 정치판을 빰치는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회장등의 선거출마를 위한 연설문을 대행해주는 사설학원도 등장하고, 학부모끼리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대학입학 전형시 리더십항목에서 가점을 받으려는 경쟁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도 추천서 조작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아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이 전형의 취지는 좋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험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가려내 뽑으라고 대학에 대폭 자율권을 준 제도다. 이러한 입학사정관 전형이 정착하려면 학생, 고교, 대학이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3개의 주체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고등학교와 학생이 입학사정관 서류에 사실만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자체적인 검증을 통해 진위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탓에 학교현장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된 지 7년이 됐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에 가기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에 한 줄이라도 더 기록할 수 있다면 학부모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종종 거짓말과 조작 등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지 않은가? 에세이를 작가를 고용해 대필하고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제출한다. 선량한 학생들이 손해보기 십상이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야 한다. 남들보다 스펙이 뛰어나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펙을 쌓고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대학입시와 거리를 둔 선거는 있을 수 없을까. 학급과 학교를 위해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학생임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김소미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