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가능성에 폭발물처리반 투입…역무원·승객 모두 대피

17일 대낮 서울 강남의 한 지하철역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경찰이 내용물을 확인할 때까지 3시간 동안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이날 오후 2시5분경 지하철 분당선 강남구청역 역무실 비상 인터폰으로 한 남성 승객이 "압구정 방향 4-3 승강장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여행 가방이 있다"고 신고했다.

역무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5분여 뒤 청담파출소 소장과 팀장 등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서울 강남경찰서 경비·보안·정보과 경찰관도 출동했다.

   
▲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뉴시스

관할인 강남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을 지휘하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유선보고를 하고 군 당국에도 핫라인으로 현장 상황을 알렸다.

오후 2시10분경부터 강남구청역 승강장 출입을 통제하고 곧이어 분당선 상하행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 시작했다.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 3명 등 6명과 폭발물 탐지견 2마리가 현장에 배치됐고 본격적인 폭발물 탐지 작업이 진행됐다.

오후 2시55분 1차로 경찰 탐지견이 폭발물 의심 가방을 수색했다. 훈련된 탐지견은 가방 구석구석 냄새를 맡았지만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5분 뒤 이번에는 X-ray 판독이 이어졌다. 판독결과 가방 안에 폭발물 뇌관과 비슷한 물체 형상이 보였다.

합동정보조사팀은 판독결과를 분석했고, 물체가 뇌관 1발과 전자식 센서 회로로 구성된 폭발물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폭발물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으로 확대됐고 이때부터 현장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흘렀다. 해체작업 도중 가방 안의 폭발물이 터진다면 현장에 투입된 인력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물포(물사출기)를 쏴 가방의 폭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내용물이 폭발하는 것에 대비해 가방 주위에 방폭망을 씌웠다.

폭발물 처리 작업을 본격 진행하기 앞서 강남구청역을 진입하는 양방향 분당선과 7호선 열차는 전면 운행이 중단됐다. 오후 4시10분경는 강남구청역 지하 1~3층에 있는 역무원과 소방인력 등 관계자들을 완전히 대피시켰다.

경찰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가방을 향해 1차 물사출기를 발사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물사출기로 폭발을 유도했다. 2차례 확인한 끝에 폭발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직접 가방을 열기로 했다.

가방을 열자 한가득 담겨있던 옷가지가 쏟아졌다. 뇌관으로 오인했던 물체는 철제 바지 옷걸이였다.

합동정보조사팀은 오후 4시40분 가방안 내용물이 폭발물이 아닌 옷과 옷걸이로 최종 확인했다.

코레일과 서울도시철도 측은 폭발물이 아니라고 확인된 오후 4시45분~50분경 분당선과 7호선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면서 "폭발물을 처음 발견하고 최종적으로 내용물을 확인할 때까지 현장에 투입된 인력과 역무원 등이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