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마형 신상털기에 퇴장, 반문재인 황대행 안철수 김종인연합 파괴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너무나 일찍 타올을 던졌다. 사각의 링에 오르자마자 서둘러 퇴장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대선판도가 갑지기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의 대세론은 한층 탄력이 붙었다. 보수진영은 당혹해 하고 있다.

반 전총장은 대선에 대한 의지나 각오 결기도 없이 너무 안이하게 링에 올랐다가 물러났다. 성공한 엘리트관료출신에다 좋은 말만 해야 하는 유엔사무총장경력이 치명타가 됐다. 기름장어 반반행보는 괜한 별명이 아니었다.

피아를 구분해서 난타전을 벌여야 하는 대선의 링은 그에겐 맞지 않았다. 정치는 불가피하게 이전투구의 장이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하는 격전의 장이다.

반총장에게는 모든 시련과 환란 시련을 극복하면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권력의지가 전혀 없었다. 노무현 시절 잠간 부상했다가 사라진 고건 전총리를 연상케 한다. 관료는 수명형 참모이지, 목숨을 걸고 영지를 지키고, 부하를 챙겨야 하는 영주나 쇼군이 될 수 없다.

그는 전형적인 꽃가마형이다. 남들이 태워주는 꽃가마에 올라타는 스타일이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겠다는 생각으로 대선에 나온 모양이다. 트럼프처럼 자신이 쟁취해가는 리더가 아니었다.

반총장에게 희망을 걸었던 범보수진영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의지박약형 인사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리더가 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귀국후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면서 세간에선 그의 조기 낙마를 점쳤다. 아니나 다를까 불행한 예감은 적중했다.

   
▲ 반기문의 황망한 사퇴로 대선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의 대세론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보수진영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유일한 희망으로 부상했다. 황대행과 김종인 안철수 연대를 통한 반문재인 보수+중도진보후보를 내는 것도 파괴력이 크다. /연합뉴스


그는 문재인이 장악한 좌파진영에 기웃거렸다. 모두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되길 원했다. 환상을 품고 대선에 나온 셈이다. 그의 유일한 길은 반문재인 범보수진영의 후보가 되는 것이었다. 경제와 안보문제에서 보수와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공약을 내놓아야 했다.

그의 공약은 불투명했다. 문재인의 반기업적 경제민주화에 맞선 경제활성화와 기업살리기 국가경쟁력강화방안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 경제 공부가 너무 안돼 있다. 내공을 쌓지 못했다. 안보관도 불안했다. 사드배치는 필요하다고 한 것외에 한미동맹강화, 한중갈등 해소방안, 북한핵 제거와 대북재제, 한일 위안부 문제등에서 우유부단했다.

보수의 적자로 낙점받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대한민국 헌법수호, 시장경제 창달, 투자와 일자리 확대방안, 노동개혁 등 우파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종북좌파세력에 의해 무참하게 탄핵당한 박대통령과 전화하는 것마저 주저했다. 이희호 여사자택과 봉하마을 권양숙여사를 예방하면서 박대통령과는 거리를 뒀다. 기회주의적 처신이었다.

그의 사퇴의 변은 옹색하다. 국민대통합, 분권혁신정치를 해보려다 역부족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순수한 애국심이란 추상적인 수사를 썼다. 싫은 소리 못하고, 좋은 말만 해온 유엔사무총장에 딱 어울리는 행보였다. 대선출마 후 3주간 개인과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와 흠집내기가 결정적인 하차요인이라고 했다. 유엔에 대한 명예훼손도 요인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결기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대선에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대선출마과정에서 필요한 돈 문제도 그의 사퇴를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자금을 활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쏟야야 하는 선거자금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가 조기에 하차한 것이 불행중 다행이다. 보수 후보로 레이스를 벌이다가 대선 막판에 타올을 던졌다면 아찔했을 뻔했다.

반기문의 퇴장이후 범보수진영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유승민과 남경필은 금수저, 강남좌파들이다. 유와 남은 주류의 지지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어쩌랴.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황교안 대행중심으로 보수가 뭉치면 문재인과 겨뤄볼 만하다. 존재감이 없어진 안철수, 김종인 민주당의원과 연대하면 한층 파괴력이 크다. 보수와 중도좌파간의 연합이다. 극좌의 문재인과 보수+중도좌파간 대결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보수+중도좌파연합은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낫다.

범보수단일화나 보수+중도진보간 연합이 물건너 가면 문재인의 압승이 불가피하다. 보수는 일패도지할 것이다. 국민들은 5년간 문재인정권의 혁명놀음을 지켜봐야 한다. 한미동맹이 위태로워지고, 국가보안법철폐, 한일관계 악화, 대북퍼주기 부활및 북한핵무기 용인, 개성공단 재개, 친중사대주의가 부상할 것이다.

경제분야도 반기업 반시장적 경제민주화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대기업규제 강화, 기업인 가중처벌, 노동개혁 백지화, 무상복지 급증과 재정위기 현실화등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반기문의 사퇴는 절망과 함께 새로운 희망도 던져줬다. 새누리당과 탈당한 바른정당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인명진과 탈당주동자 김무성은 이제라도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보수빅텐트를 쳐서 보수지지층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뿌리가 같은 두 당은 서로에 대한 증오와 원망을 접고,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한다. 대의는 멸친이다. 박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야당보다 더욱 강팎하게 몰아붙인 바른정당 의원들은 자중자애해야 한다. 보스가 아무리 밉다고 해도 부관참시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자해행위다.

보수가 분열로 극좌 문재인의 승리를 헌상한다면 그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무너진 보수의 터를 복구하고, 통합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