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거리는 모양새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후 긴급하게 진행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6.1%를 기록, 최근 30%를 돌파하던 것과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지지율 2위 그룹의 선두였던 반 전 총장이 빠진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까지 가세해  본격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문재인 대세론’은 반기문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야권의 쏠림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에서 반 전 총장이 빠지면서 일단 보수층이 결집해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높였고, 야권도 송곳 검증에 들어갈 태세이다.

문 전 대표가 이렇다 할 눈길을 못 끄는 동안 안희정 지사나 이재명 시장 모두 꾸준하게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가 안철수 전 대표의 절치부심 발걸음도 비로소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가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펴 차차기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문 전 대표와 한판 승부수를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지지율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인물이 안 지사이기도 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5위였지만 문 전 대표(25.4%)에 이어 안 지사가 11.2%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도 최근 들어 “벌써부터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구상했다면 당은 들러리가 되지 않냐”며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가 확장성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 시장이 앞으로 당내 경선을 대비해 어떤 ‘사이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의 경우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3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0.5%)과 4위 이 시장(9.6%)에 이어 9.0% 지지율로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확정 되는대로 중도 표를 집중시켜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양자대결을 펼쳐볼 만하다. 물론 보수층이 큰 집중력을 보여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더욱 올라간다면 차기 대선은 3자대결로 치러질 수도 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거리는 모양새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후 긴급하게 진행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1%를 기록, 최근 30%를 돌파하던 것과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문재인 전 대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연합뉴스


결론적으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기보다 확장의 한계성을 드러낸 셈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 안희정 지사가 문 전 대표에게는 없는 안정성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된다. 안 전 지사는 “한미정부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사드배치는 존중하겠다”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등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합리성을 각인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여기에 손학규·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제3지대 ‘스몰 텐트’가 차려지고 국민의당과 연대해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항마’로 부상할 경우 중도 표심이 몰릴 수 있고, 보수 정당의 후보마저 마땅치 않으면 일부 보수 표심도 쏠려 박빙의 양자대결도 펼쳐질 수 있다.   

졸지에 유력한 대선후보를 잃어버린 보수층의 대대적인 결집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번에 2위권에 도약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작정 발언을 쏟아낼 경우 ‘샤이 보수층’까지 불러낼 수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야 3당이 집중포화를 쏟아내며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보수 결집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결국 3자대결 구도의 대선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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