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설 연휴를 끝으로 한껏 움츠러들었던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적정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2년간 분양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고분양가 책정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은 반면 올해는 입주대란 등 문제와 맞물리면서 분양가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가 대거 몰리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가운데 건설사들은 적정분양가 책정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분양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 현장.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물량은 29만여가구로 이 중 2만1000여가구가 이달 분양에 들어간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지난해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분양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물량이 집중된 것이다. 

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에 집중되면서 청약률이 반토막 나고 있는 등 분위기에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자는 많아진 상황에서 자칫 다른 단지와 비교해 '고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청약률 및 계약률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 만큼 적정분양가 선정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 책정을 염두에 두면서도 무조건 저렴하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수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으로 이를 만회해 왔다"며 "해외 시장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올해는 입주대란까지 맞물린만큼 경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의 상당부문을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다"며 "무조건 저가 책정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가 조정이 적정선으로 현실화 된다고 해도 올해 분양시장은 금융권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흥행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서울 첫 마수걸이 분양에 나선 GS건설의 '방배아트자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798만원으로 앞서 인근에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반포 푸르지오 써밋' 등 단지보다 저렴한 가격이 책정됐지만 청약률은 9.85대 1로 가장 낮았다. 이들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평균 4000만원을 육박했다. 

정부의 11·3 대책으로 규제 강화와 함께 금융권은 올해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사업장부터는 잔금대출시 원금을 함께 상환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강력한 규제가 수두룩한만큼 되는 곳만 되는 지역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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