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18일 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 관련자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가짜 문서를 구해 국정원에 건넨 중국국적의 조선족 협력자 김모(61)씨와 문서 위조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의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에 대해 각각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 사용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뉴시스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사용죄는 형사사건의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조한 증거를 사용한 경우에 적용되며 법정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단순한 증거조작 행위(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에 비해 형량이 두 배나 무겁다.
 
하지만 국보법으로 다른 사람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날조한 경우 이를 처벌하도록 명시한 국보법상 날조죄(12)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김씨와 김 과장에게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축소 수사'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는 비교대상이 있는 상태에서 형체가 있는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날조는 ''에서 ''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법조문을 살펴봐도 모해증거위조는 '사건에 대해서', 국보법은 '죄에 대해서'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와 관련한 증거를 '위조'했기 때문에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했다는 뜻으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날조'했다고 밝혀지지 않는 이상 국보법상 날조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어 "유씨의 출입경기록이 (진본이) 맞는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유씨의 간첩 혐의가 사실인지 아니지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아) 수사를 축소했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서 위조 의혹과 관련해 유씨의 변호인측이 낸 출입경기록 등이 중국 정부로부터 '정상적인 문서'라는 회신을 받은 만큼 비교대상이 되는 유씨 측 자료의 신빙성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전날에도 유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유씨는 서면조사를 요구하며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탈북자 단체가 유씨를 사문서 위·변조혐의로 고발한 만큼 수사팀에 사건이 배당될 경우 유씨에 대한 소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일부 언론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국정원이 협력자 김씨 등 실무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해 진상 규명 및 수사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윤 검사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나가고 있다""누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수사의) 방향을 끌고 가려는지 등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의 진술과 관련해 '검찰이 먼저 제안해 문서를 입수했다', '협력자 김씨가 먼저 문서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국정원이 여론전을 펼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