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지난 1일 매일경제와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10.5%로 수직 상승, 3위를 기록했다. 

황 권한대행 자신이 공식 대선출마를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정치권에서 갖가지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가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데 따른 여권의 기대감과 야권의 불안감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의 강점은 국내 현안에 대해 정확하고 소신 있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국무총리 시절보다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드러난 행보에서 확인된 것으로 안보관은 물론 경제회복과 국민안전 등 시의적절한 정부 대응이 믿음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시간가량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하면서도 진솔한 답변을 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 특히 사전 조율없이 현장에서 즉문즉답했는데도 이런 평가가 나와 소통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황 권한대행의 약점은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시작될 국정 공백이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공석이 되는 국정 혼란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권한대행이 다시 권한대행을 임명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세적인 비판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야당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에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에 이어 국무총리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권 일각에서도 공안검사 출신 경력을 약점으로 꼽는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지난 1일 매일경제와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10.5%로 수직 상승,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이런 비난을 불필요한 편견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대선에 도전할 경우 사실 법적인 걸림돌도 없다. 대선 30일 이전까지 공직을 사퇴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황 권한대행의 약점은 병역 면제이다. 면제 사유는 두드러기의 일종인 담마진이다. 그는 지난 청문회에서 “약을 계속 먹으면 견딜 만하지만 약을 안 먹으면 가려워서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했지만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곤혹을 치러야했다.

황 권한대행이 대권주자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정국과 무관치 않다. 지난 4.13총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면서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중이고 ‘친박’이 몰락하면서 뚜렷한 여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절호의 기회가 됐다.

특히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관련 행보를 하지 않는데도 지지율이 10%를 넘게 급상승한 것은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경험이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비교적 안정감 있게 하는 데다가 마침 미국의 트럼프 신 행정부가 출범해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도 보수층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사실 보수 국민들은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유엔 안보리 결의 효과가 나타날 시점에서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북핵 위협이야말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지금 여야 대선후보들이 제각각 내놓는 실험적인 경제정책보다 굳건한 안보정책과 나아가 남북통일이야말로 경제위기를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반면,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선거를 관리할 임무를 맡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선수로 뛰어드는 데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동지로 삼아야 할 새누리당 지지율이 더 내려갈 데가 없을 정도로 저조한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환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현 정권의 동반책임론을 뛰어넘을 출마 명분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치솟은 지지율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따른 반사이익이기도 하므로 당장 여권의 다른 후보들과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결국 황 권한대행이 만약 대선에 나가 승리하려면 이미 많이 확보된 보수층 ‘집토끼’는 물론 중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산토끼’에게 어필하는 확정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정치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대선에 출마선언을 했을 경우 야당의 총 공세에 견딜만한 맷집이 있을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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