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요즘 사회가 어지럽고 힘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목표의식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복서 최용수

"지금 대한민국이 어렵다. 모두 한 마음으로 화합해서 이번 만큼은 마음이 따뜻하고 강력한 지도자가 탄생하길 기도한다"-UFC 정찬성

사회가 혼란스럽고 힘들 때 스포츠 스타들의 투혼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의 메신저가 된다. 골프 여왕 박세리의 맨발투혼이 그랬고 피겨의 불모지에서 이룬 김연아의 인간승리가 그랬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일장기를 달고 뛴 손기정의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랜 기적의 우승이 그랬다.

히딩크의 월드컵 4강 신화는 물론 숱한 위로와 감동을 안겨준 선수와 경기는 많다. 세계를 제패하든 그렇지 못하던 그들의 값진 투혼을 알기에 그들이 쓴 드라마에 감동을 받는다. 때로는 통쾌한 승리에, 때로는 가슴으로 위안을 받으면 용기를 얻는다.

지난 5일 집념과 투혼으로,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거머쥔 두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은퇴 13년만에 복귀해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권투선수 최용수. 3년 6개월만에 옥타곤에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다.

   
▲ 3년 6개월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UFC복귀전에서 화끈한 KO승을 거뒀다. /사진=SPOTV 방송화면 캡처.

최용수의 올해 나이는 45세다. 은퇴한지 13년만에 링으로 돌아 온 그는 21살이나 어린 필리핀의 넬슨 티남파이를 10회 TKO로 제압했다. 지난해 4월 16일 나카노 가즈야(일본)와의 복귀전 8라운드 TKO승에 이은 2연승. 세계복싱평의회(WBC) 유라시아(EPBC) 라이트급 실버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한 최용수의 목표는 1년 이내에 무조건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것이다.

최용수는 1995년 아르헨티나의 빅토르 우고 파스를 KO로 꺾고 세계권투협회(WBA) 슈퍼 페더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7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롱런했지만 1998년 9월 8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하타케야마 다카노리에게 판정패했다. 2003년 1월 챔피언 밸트를 되찾기 위한 WBC 슈퍼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태국의 시리몽콜 심마니식에게 판정패한 링을 떠났다.

최용수가 링을 잊지 못한 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후회 때문. 결국 40세가 넘은 나이에 그는 후회 대신 도전을 택했다. 최용수는 경기 후 "내가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생각만 버리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의지와 긍정이다.

3년 6개월만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 역시 UFC복귀전에서 화끈한 KO승을 거뒀다. 경기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언더독(전력이 약한 선수)'으로 전망했지만 보기 좋게 승리했다. "코리안 좀비가 돌아왔다"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정찬성은 상대선수인 미국의 데니스 버뮤데즈를 1라운드 2분49초만에 어퍼컷 한방으로  TKO승을 거뒀다.
 
2011년 UFC에 데뷔한 정찬성은 데뷔 3연승을 달리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쓰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그에게 팬들은 '코리안 좀비'란 별명을 붙였다. 페더급 3위까지 오른 정찬성은 2013년 8월 한국선수로는 처음 타이틀에 도전했다. 챔피언인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에서 탈구된 어깨로 4라운드까지 가는 투지를 보였지만 부상의 벽을 넘지 못한 채 TKO패 당했다.

조제 알도는 당시 경기를 "마치 실제 전쟁 같았다"고 회고했다. 정찬성의 복귀전을 앞두고 조제 알도는 "코리안 좀비는 재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UFC에 복귀하자마자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정찬성은 이날 대전료와 승리수당 4만 달러(4600만원),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에 뽑혀 5만 달러(약 5700만원)의 보너스를 챙겼다. 경기 전 두 딸을 둔 정찬성은 "가족을 위해 이기고 싶다. 예전엔 돈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젠 많이 벌고 싶다"고 한 그의 절실한 소망도 이뤘다.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후 재도전한 길이지만 링 위에서만큼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자신감과 투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두 딸을 둔 아버지의 진솔한 모습이었다. 최용수와 정찬성의 도전이 좌절을 잉태하는 이 시대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래서 위안이자 감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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