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오랫동안 내 집 장만을 준비해왔던 K씨. 지난해 10월 경기도 의왕에 분양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청약에 당첨돼 계약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당첨의 기쁨도 잠시, K씨는 다음달로 다가온 1차 중도금 납부를 앞두고 건설사로부터 대출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K씨처럼 중도금 납부를 앞두고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이 속출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중도금을 빌려줄 은행을 어렵사리 찾아도 4%를 오르내리는 고금리가 대부분이어서 계약 포기로 인한 미분양 우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지난해 말 분양한 단지들이 1차 중도금 납부 기일을 앞둔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시중 은행 찾기가 힘들어지면서 계약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자료제공=각 건설사 제공.

7일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의왕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다음달(3월) 21일 중도금 1차 납부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중도금 대출 은행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2480가구의 대단지임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던 사업장. 

사업자인 효성 측은 계약을 진행한 지난해 11월 중도금 대출 은행 문의를 하는 계약자들에게 "1월 중으로 중도금 대출은행을 안내하는 문자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중도금 실행 대출은 오리무중이다. 

더욱이 이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건 상태라 대출 은행을 찾아도 계약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순위 청약에 성공한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미분양에 허덕이는 단지는 금융권으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광주에서 분양한 '태전 힐스테이트 2차'는 저조한 분양 성적 속에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하자 다음달로 다가온 납부기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어렵사리 대출 은행을 찾아도 4%에 이르는 '고금리'가 계약자들의 가슴을 짖누르고 있다. 

지난해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부영 사랑으로' A70~72블록은 우리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이 결정된 가운데 금리가 3.8%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의 '동탄 더샵 레이크 에듀타운'도 국민은행 중도금 대출 금리가 3.95%다. 이들 단지는 모두 1순위 청약에서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1금융권 대출을 받은 단지는 상황이 나은 편. 지난해 10월 분양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울산 힐스테이트 수암'은 현재 지방은행과 협의를 진행중인데 4%대 후반의 대출 이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1금융권에서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2금융권 등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개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도금 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전환해 중도금 대출을 진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재건축 조합은 1금융권이 조합원 대출을 거절하자 불가피하게 제2금융권(농협)의 신용대출로 전환했고, 대출 금리가 연 4.7%에 이른다. 

이 단지의 경우 개인별 최대 대출한도는 5000만원이고,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은 조합원이 알아서 조달해야 한다. 

사업자와 시공사들이 중도금 대출 은행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관례처럼 중도금 대출 은행 설정을 계약 후에 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흥행이 보장된 단지는 오히려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해주려고 금리 인하 등의 방안을 제시할만큼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계약 전에 설정할 필요가 없다"며 "최근 2년간은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만큼 금융권 대출이 수월했지만 올해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자들이 치솟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 할 경우 미분양 문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문도 한국부동산박사회 회장은 "고분양가와 공급과잉 등의 피로가 쌓인 분양시장이 금리인상이라는 또 다른 언덕을 만나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계약 포기자가 나올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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