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자본조사1국 소속인 김모(50) 팀장이 KT ENS의 협력업체의 1조8,000억대 대출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금감원에 대한 '관리 감독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자본조사1국 소속인 김모 팀장은 금감원이 관련 조사에 착수한 지난 1월에 대출 사기범인 엔에스쏘울 대표 전주엽(48)씨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려, 사실상 해외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수년 전부터 전씨, 중앙티앤씨 대표 서정기(46)씨 등 대출 사기범과 어울리며 해외골프접대를 받고 수억원의 금품·향응을 받았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 대출 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인들이 금융권 여신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은행 등 금융권 내부의 공모자 여부를 조사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범인들이 은행이 자금이 입금된 타행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원리금 상환이 늦어질 경우 은행이 KT ENS의 자금 담당 부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월 돌아오는 상환기일을 꼬박꼬박 지켰다는 점 등을 볼 때 금융 지식에 해박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작 자본조사1국의 김 팀장이 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감원의 체면이 크게 구겨졌다.

더구나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 상시감시시스템' 등을 통해 이번 대출 사기사건을 조기에 적발했다고 홍보해왔다.

경찰은 금감원 내부에 다른 조력자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김모 팀장이 금융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은행 등에 대출과 관련된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KT ENS 협력업체 사기 대출 사건은 KT ENS의 협력업체인 엔에스쏘울 전주엽씨 등이 가짜 매출채권 등을 이용해 16개 금융사에서 1조8000억원대를 빌린 뒤 3,100억원을 갚지 않은 사건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간부들의 민간 금융사 낙하산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팀장급 직원이 1조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를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의 관리 감독 부재에 대해 반성해야 할 같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