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가정보원 비밀요원이 구속된 가운데 검찰의 '윗선'을 향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인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이 위조 문서와 관련한 정황을 상부에 보고한 정황을 잡고, '윗선'에 대한 소환시점을 조율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검찰은 김 과장이 국정원 협력자 김모(61·구속)씨를 통해 간첩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 측 증거자료를 반박하는 위조 문서를 입수한 경위가 담긴 보고서를 확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보고 경위와 시점, 내용 등을 파악하고 있다.
 
   
▲ 국가정보원/뉴시스 자료사진
 
검찰은 국정원 직원인 김 과장이 독자적으로 증거조작을 기획·총괄했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증거조작과 관련해 지휘부가 개입한 정황과 물증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김 과장이 상부에 정식으로 보고할 목적으로 보고서를 만든 만큼 대공수사국의 팀장이나 단장, 국장 등 지휘부에서 문서 위조사실을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수뇌부가 위조 문서의 입수·제출과정 뿐만 아니라 증거조작 전반에 걸쳐 깊이 간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의혹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김 과장의 상급자인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팀장을 시작으로 지휘라인에 있는 간부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이 팀장은 간첩사건 수사단계부터 항소심 공판의 증거자료 제출까지 전 과정에 개입한 인물로 검찰은 이 팀장을 상대로 문서 위조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위조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묵인했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국정원 '윗선'을 캐기 위해 김 과장에 대한 보강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과장은 위조 문서의 입수 및 제출에 관여한 혐의(위조사문서 행사, 모해위조증거 사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전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검찰은 김 과장이 증거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상당부분 드러난 만큼 중국 현지에서 위조 문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전달한 협조자의 구체적인 신원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의 통화내역과 계좌추적을 통해 국정원이 협력자들에게 지급한 특수활동비 등 관련 예산 규모와 집행 내역, 결재 과정 등을 면밀히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급자와 지급상대방, 지급 목적 및 액수, 지급 일자 등은 자료로 남겨야 한다.
 
검찰은 문서 입수 대가로 금전을 지급한 만큼 예산집행과 관련된 결재라인이 증거조작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자신의 유서에서 '2개월 봉급 600만원, 가짜서류제작비 1,000만원, 수고비' 등을 명시해 정기적으로 국정원의 월급을 받고 있고 문서 위조에 따른 대가성 돈을 받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국정원 역시 김씨에게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 입수 비용을 지급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또 문서 입수 경위 등과 관련해 김 과장과 협조자 김씨의 진술이 서로 다른 만큼 금명간 대질신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김 과장의 요청으로 문서를 구했고 위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 과장은 '문서 위조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위조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에서 압수한 대공수사팀의 수사기록과 내부 보고서, ()선양총영사관에서 임의제출받은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등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또 중국 당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위조문서 진위 확인에 필요한 원본, 인영(도장이 찍힌 모양)과 발급 경위에 관한 자료 등을 넘겨받아 분석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의 자체 조사결과를 넘겨받거나 싼허변방검사참 등을 함께 방문조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