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구속, 검찰 "유우성, 억지로 만든 간첩 아냐"혐의 입증 주력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현직 국가정보원 요원을 구속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에 대한 간첩 혐의 입증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검사 이현철)는 증거위조 의혹 수사와는 별개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 국가정보원/뉴시스 자료사진
 
검찰은 유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마지막 심리기일인 오는 28일까지 1심과 항소심 재판에 제출된 증거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유씨에 대한 수사를 다시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냈던 증거들을 다시 정밀하게 보고 있다""문서 위조 여부도 참 문제지만 유씨가 과연 간첩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규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서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성립하지 않는다""마치 간첩이 아닌 사람을 뻔히 알면서도 억지로 간첩을 만든 것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1심에서 검찰이 유씨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제시한 유씨 여동생의 자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유씨 여동생의 진술이 바뀌지 않는 이상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유씨가 지난 2012123일 입북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유씨 여동생의 자백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1심에서 유씨가 당일뿐만 아니라 설 연휴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탄핵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유씨 여동생 진술 말고 다른 것은 없다""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 진술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공소유지에 주력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씨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을 감싸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들이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 입증을 포기하거나 공소장을 변경한다면 검찰 스스로 증거 위조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팀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검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안팎에서는 오는 28일 전후로 수사팀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국정원 대공수사국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어서 쉽게 전망할 수만은 없다.
 
검찰 관계자 역시 "수사팀의 결론이 빨리 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유씨에 대한 공소유지 여부 등에 대한)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28일 이전에 입장이 정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두고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에 개입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및 모해(謀害)위조증거 사용 등)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소속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에 대해 청구한 사후구속영장이 19일 발부됐다.
 
이날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승주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현직 국정원 요원을 구속한 건 김 과장이 처음이다.
 
김 과장은 중국 현지에서 오랜 기간 신분을 감추고 활동해온 국정원 '블랙' 요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정원 협력자 김모(61·구속)씨에게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의 답변서를 구해달라며 위조를 지시하고 관련문서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과장이 다른 문서의 위조나 입수·제출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그가 중국 현지에서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복수의 정보원을 관리하며 문서 위조를 지시했거나 공모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