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고영태 전 K스포츠재단 이사의 측근들이 고영태 전 이사와 최순실씨 간의 관계를 이용, 정부예산 36억 원을 나눠 가지려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에 관한 4차 공판에서 공개된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에 고영태 전 이사 측근들의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해당 파일은 검찰이 지난해 11월 김수현 대표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것으로 2000개에 달한다. 

김 대표는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고영태 전 이사 및 그의 측근들을 만날 때마다 녹음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이사의 측근인 최 모씨와 이 모씨의 대화에서 최 씨가 "36억짜리 연구가 선정되게 해야 하는데 내가 밀고, 고영태는 누나가 알아서 처리해야"라고 말했고, 이에 이 씨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며 "고영태 등이랑 나누면 되는 거야”라고 언급했다.

이어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고 전 이사에게 "영향력을 끝까지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내용도 밝혀졌다. 

이에 대해 고 전 이사는 "최 씨가 비선실세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나를 통해 뭔가 해보려 한 것 같다"라며 "최순실이 대통령과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우리들도 좋다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 "고영태 측근들, 최순실 이용해 정부예산 36억원 빼돌리려 해"/자료사진=연합뉴스

앞서 열린 6일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김수현 대표의 녹음파일에서는 고영태가 재단 사무총장을 쫓아내고 자신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 재단을 장악해야 한다고 직접 말한 내용이 담겨있기도 했다.

고 전 이사는 이와 관련 "김수현 대표와 장난식으로 농담한 것"이라며, 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점을 부인했다.

이날 최순실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의 해당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공개해 달라"고 재판부와 검찰 측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고 전 이사는 지난 6일 형사합의22부가 심리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12차 변론기일인 9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헌재의 증인신문에 불출석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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