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교통호재와 '탈서울' 전세난민 유입에 힘입어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줄기는 했지만 가격 흐름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더욱이 11·3 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김포한강에서는 올해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새로 공급될 예정인 만큼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장기동 등 김포한강신도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명 '마이너스 피(fee)'로 불리는 매물이 등장했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더라도 구매자만 있으면 처분하겠다는 의미다.

운양동에 있는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한강신도시 에일린의 뜰'의 경우 분양가보다 300만원 정도 낮춘 가격에 나온 매물이 두 가구 있다"며 "올해 김포한강신도시 입주물량을 감안할 때 시세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레이크 에일린의 뜰 전용 84B형 10층(3억5570만원)과 17층(3억5850만원)이 최근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가 된 것으로 나와 있다.

H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지만 분양가에 맞춰 거래된 사례도 몇 건 있다"며 "장기동 '센트럴자이' 등도 웃돈 없는 매물이 간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한강은 한 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2년여간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던 상황이다. 일례로 2015년 말 3000가구에 육박했던 미분양 물량이 지난해 말 300가구가 채 안 될 정도로 급감했다. 

때문에 '마이너스 피' 매물이 다시 등장하자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의 시각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역세권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시세가 약세를 보이면서 김포한강신도시 내에서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포한강 내에서도 역세권 등 입지가 좋거나 이른바, 로열층은 인기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지나 저층은 외면받는 일이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김포한강 센트럴자이나 아이파크의 경우 가구에 따라 3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은 매물이 있다는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시장을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역시 '물량'이다.

닥터아파트 등 부동산정보업체 조사를 보면 올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7000가구 정도,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2000가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 지난해 김포 아파트값은 1㎡당 7만원가량 오르기는 했지만 경기도 평균 307만원(14만원 상승)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자료=KB국민은행 부동산

H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한강 뿐만 아니라 인근 검단신도시에도 분양이 이어질 예정인 만큼 김포한강 부동산시장이 자칫 물량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김포한강신도시가 11·3 부동산대책의 청약과열지정지구 규제에서 자유롭기는 하나 지난해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이 1%에도 미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분위기도 썩 좋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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