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젖소는 우유생산량이 줄고 임신한 소는 사산한다."
"당국 방침에 따라 정확하게 접종했는데 구제역에 감염됐다."

2011년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구제역의 발생을 놓고 정부와 축산농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백신 기피나 혹은 부실접종'에, 농가는 '약효가 없는 물백신'이라며 서로 책임 미루기와 불신의 골을 보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A형과 O형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했다. 정부는 구제역 경보단계를 7년만에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예방책과 함께 확산방지를 위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20111년 소·돼지 350만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3조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던 기억하기 싫은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10일 충북 보은에서 확진된 바이러스는 O형인 것으로 확진됐다. 농림식품부는 9일 "경기도 연천 농가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A형으로, 기존 보은과 정읍에서 나온 O형과는 다른 바이어스"라고 밝혔다. A형은 2010년 1월 경기도 연천·포천에서 발견된 6건이 마지막이었다. 7년만에 A형과 O형이 동시에 발병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 발생함에 따라 전국 가축시장을 모두 폐쇄 조치했다. 이날 현재 구제역 발생지역은 경기·충북·전북 등 3개 지역 4개 농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오는 12일까지 전국의 소 330만 마리 중 최근 접종한 소 등을 뺀 283만 마리를 대상으로 일제접종에 나섰다.

   
▲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A형·O형) 구제역이 동시 발생함에 따라 전국 가축시장을 모두 폐쇄 조치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AI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구제역은 2000년 첫 발생 이후 총 8회 정도 발생했다. 2000년엔 23일간 경기 파주·화성·용인, 충남 홍성·보령, 충북 충주 일대에서 총 15건 발생했으나 피해는 크지 않았다. 구제역 악몽은 2010년에 찾아왔다. 이해 11월에 발생해 이듬해 4월 21일까지 145일간 전국의 축산농가를 떨게 했다. 초동방역에 실패하면서 6241개 농가에서 총 347만9962마리의 소·돼지·염소 등이 살처분 됐다. 공식 집계 피해구모만 2조7383억 원에 달했다.

이후 소·돼지에 의무적으로 백신접종 정책이 시행됐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방법 및 보관 유의사항을 잘 지키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농가의 입장은 다르다.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정읍, 경기 연천에서는 방역당국과 농가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당국은 백신접종 예방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이행됐으면 항체가 형성돼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농가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정확하게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감염됐다는 주장이다. 즉 효능 없는 물백신을 의심한다.

서로에 대한 의혹은 잘못 전해진 오해도 한몫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면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줄고 임신한 소는 사산한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이는 사실이 아닌 잘못된 오해라고 말한다. 당국은 일부 농가에서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않았거나 오일 형태의 백신을 냉장 보관 후 실온에 놔둔 채 접종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을 농가에만 맡겨둔 채 실태조사나 감독에 소홀했던 당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공방을 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제역의 전국 확산을 막는 일이다. 잘못된 방역시스템을 손보거나 책임론은 그 다음이다. 소를 다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누를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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