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인용시 새누리 의원직 총사퇴도 요구…헌재·정치권 압박 해석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결의했다. 반대로 탄핵 인용 시에는 새누리당이 책임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바른정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모두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자고 천명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탄핵 기각 시 32석이라는 의석을 '증발'시키겠다는 방침을 낸 것이다.

간접적으로 헌재에 부담을 안길 수 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국방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만들 수 있어, 추가적 정국 혼란을 볼모로 삼은 탄핵 인용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체급'이 다른 새누리당에 의원직 총사퇴를 요구한 것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바른정당은 전날(12일) 개최한 '필승전략 집중 워크숍'에서 의원들이 7시간여 '끝장토론'을 벌인 결과 이같이 결의했다고 오신환 대변인이 전했다.

   
▲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4일 중앙당 창당대회 본격 진행에 앞서 무릎을 꿇은 채 최순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오 대변인은 "참가한 모든 분들이 다 같이 논의해 결정했다"며 "책임정치 차원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당연히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오후 4시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진 워크숍에 참여한 의원들은 현 정국에서 느끼는 유력 대선주자의 부재, 범보수단일화론과 반(反)새누리 연정론으로 엇갈리는 대선전략, 여당과의 보수 경쟁에서의 차별화의 어려움 등 다양한 고민들을 토로했다.

특히 '지지율 제고를 위한 당면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당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 되고, 보수·진보·중도 구분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는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당내 엇갈리는 대선전략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오 대변인은 중간 토론결과 브리핑에서 "경선 일정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국정농단 세력과의 연대는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며 "우리 바른정당 후보 중심으로 대선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가기 위해 당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새누리당과의 연대 불가를 재확인했다.

오 대변인은 또 "개혁입법 관련 내용이나 정책 현안에 대해 일부 다른 의견이 있어도 정확하고 빠르게 입장 표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 침체에 따라 이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 필요성'도 비중있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창당 전후로 새누리당을 제치고 2위까지 올랐던 바른정당 지지율은 침체일로를 걷다가 최근 5개 정당 중 비교섭단체인 정의당보다도 밑도는 최하의 성적표를 보였다.

아울러 '최순실 국조특위' 활동으로 몸값을 높여왔던 장제원 의원의 아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장 의원이 대변인직을 사퇴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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