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아파트 중도금 대출 강화로 분양시장에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계약율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정액제 등 다양한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등 건전성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이같은  마케팅 활동이 자칫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꼽으면서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1차 납부 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하거나, 구했다고 하더라도 5%대의 '고금리'가 적용되면서 계약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11·3 대책으로 청약과열조정지구에 편입된 곳은 전매제한 등의 이유로 단기차익을 노리고 시장에 뛰어들던 투기세력이 빠져나가면서 청약률은 급락하고 있다. 

보통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아파트 계약률을 지켜본 뒤 중도금 대출 실행 여부를 결정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건설사들마다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약금을 나눠낼 수 있게 하는 '계약금 정액제'다. 아파트 분양 계약금은 통상적으로 분양가의 10%인데, 이를 5%로 나눠 내게 하거나 500만원 또는 1000만원만 납입해도 인정해주는 것. 남은 계약금은 한달 뒤에 치른다.

이는 최초 투입비용을 낮춰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진입장벽을 낮춰 투기세력이 손쉽게 시장에 뛰어들도록 하는 '양날의 칼'도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GS건설이 부산 명륜동에서 분양한 '명륜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24대 1의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당시 이 단지는 346가구 모집에 전국에서 18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는데, 계약 1000만원 정액제였다. 

11·3 대책 이후에도 청약과열 조정지구 이외의 곳에서는 계약금 정액제가 여전히 '대세'이다. 청약을 곧 앞두고 있는 호반건설의 '송도 호반베르디움3차 에듀시티'와 GS건설의 '서청주자이'는 각각 1차 계약금의 최초 납부금액으로 1000만원, 500만원 정액제이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는 '중복청약'을 활용하기도 한다. 규모가 큰 만큼 청약률과 계약률 저조로 이어질 우려가 더 많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중복청약이라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2480가구)와 안산 초지역 메이저타운 푸르지오(일반분양 1388가구) 등이 대표적으로 중복청약을 활용한 단지들이다.

   
▲ 건설사들이 중복청약과 계약금 정액제 등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도입하고 있지만,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분양한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견본주택 앞 현장.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금 정액제 등 마케팅이 반드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투기세력의 진입이 쉬워지면서 일부 사업장이 투기꾼들의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경남 창원 중동에서 분양한 '유니시티 1·2단지'는 중복청약을 통해 20만 청약자를 모았지만 완판에는 실패한 바 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또 "11·3 대책과 금리인상, 입주대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분양시장에서는 투기세력이 크게 활개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청약과열 조정지구 이외의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가치가 있는 단지들은 이러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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