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아니면 저것"…촛불 여론·야당 눈치보기 수사는 자해행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한 달만인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불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특검에 소환돼 22시간 밤샘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18일엔 특검의 구속영장청구로 구치소에 수감돼 12시간 동안 대기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조의연 판사의 기각 이후에야 구치소에서 나왔다.

당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기절할 수준"이라고 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기절은커녕 차고 넘친다는 증거도 수사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고 판정했다.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특검은 밀어붙이기식, 촛불 민심을 등에 업은 꿰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한 달 뒤 특검은 다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1차 영장청구에서 특검이 겨냥했던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이었다.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커넥션, 즉 뇌물 수수라는 심증적 확신이었다.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난 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였다. 특검이 문제 삼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박 대통령 독촉했다는 것과 연결 짓기에는 시간의 선후가 뒤집혀 있다. 상식적이지 않는 '엮기'에 대해 법원은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한 달만인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소환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지난해 11월 보름사이에 삼성을 세 차례나 압수수색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자신만만했던 검찰은 적잖이 자존심에 금이 간 모양이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용이 기절할 수준이라더니 끝내 기업을 기절시킬 요량이다.

다시 내민 특검의 칼은 녹슨 칼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 영장 기각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애초 겨녔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이 아니라 삼성SDI의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이회장의 지배력을 높여주기 위해 청와대가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이 겨냥한 순환 출자 문제는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 이미 1년 전에 논란이 해소된 지나간 레파토리다.

공정위가 삼성SDI의 통합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이는데 청와대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에 특검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특검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조사했다.

삼성측 입장은 단호하다. "순환 출자 문제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당시 법무법인 2곳에 문의해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이므로 주식을 그대로 보유해도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또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식을 처분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문제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삼성이 의혹을 받아왔던 정유라 승마 지원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삼성측은 최순실 지원과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검의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둘 중 하나다. 수사 부실이거나 없는 죄를 만들려했다는 점이다.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증거능력 부족으로 인정됐다.

지금 특검의 수사는 정도를 벗어났다. 이것 아니면 저것 털기식 수사다. 꿰어 맞추기식 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재계는 발끈하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박근혜 대통령 대면수사가 궁지로 몰리자 만만한 기업 때리기로 돌파구 찾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특검이 군중 정서를 등에 업은 먼지털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뜻대로 안되자 우선 기업인을 족치겠다는 수사 편의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대기업 처벌'로 변질됐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더욱이 '촛불'에 휘둘려 폭주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 특검은 법대로 모든 것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한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촛불을 선동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정치특검이라는 오랜 불명예도 벗어 던져야 한다. 법원의 기각에 불복하고 또 다시 '이재용 구속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것이 광장 민심을 업거나,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특검은 그야말로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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