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코스피 1‧2등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초 조성됐던 '박스피 탈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부터 이어져 온 정치적 불확실성에 '이재용 리스크'까지 가중돼 '큰손' 투자자들의 공매도 표적이 되고 있다.

15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 호조와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2080선을 회복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이달 들어 두 번째로 종가 기준 2080선을 넘어서 2083.86로 거래를 마쳤다. 

   
▲ 코스피 1‧2등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초 조성됐던 '박스피 탈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7포인트 하락한 2073.60으로 개장해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승장이 되리라는 예측보다는 지지부진한 '박스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흐름을 반전시킨 것은 기관의 연이은 매수세와 외국인 매도규모 축소였다. 이는 지난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여파로 분석된다.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뉴욕증시의 3대 주요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한국 주식시장에도 충분히 '훈풍'을 야기할 만한 재료였지만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소식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탓에 지수의 상승폭은 다소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영장 재청구 또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상승폭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7% 상승한 188만6000원으로 마감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주당 200만원' 시대를 열어젖힐 것처럼 보였던 사실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단,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나 김정남 피살사건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할 수 있으나 기초여건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2등주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1.14% 하락한 4만79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장세에서 무려 4.44% 떨어진 주가에 낙폭을 더하는 모습이었다. 

SK하이닉스 경우 최근 기관‧외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집중 표적'이 된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하고 있다. 2017년 들어 SK하이닉스의 공매도 누적액은 지난 8일 기준 2704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1조3686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코스피 1‧2등주가 나란히 공매도 상위권에 포진되면서 지지부진한 '박스피'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284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개인 역시 1747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그나마 기관이 홀로 159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상승 물꼬를 틔웠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시총 상위권인 두 기업의 흐름에 지나칠 정도로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삼성전자에 과도하게 정치적인 리스크가 덧씌워질 경우 삼성그룹은 물론 국내 증시 전체에 좋지 않은 여파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41포인트(0.72%) 상승한 615.9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는 달리 외국인들이 하루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25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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