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독극물에 피살당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이미 북한의 김정남에 대한 암살 시도가 5년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숙청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김정남 제거’도 계획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친 중국’ 인사인 장성택과 김정남에 대한 김정은의 경계심이 두 사람을 차례대로 죽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던 중 중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특별한 논의나 움직임이 첩보로 김정은에 보고돼 급작스럽게 김정남이 암살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15일 미디어펜과 전화통화에서 “사실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인사를 죽이는 것은 국내에 있는 간부를 죽이는 것보다 더 쉽다”며 “더구나 과거 이한영처럼 자택 근처 은밀한 곳이 아니라 CCTV가 설치된 공항에서 공개적으로 암살했다는 것은 그럴만한 급박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 발언이 종종 나왔다. 이는 미국이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도 갖는다. 트럼프가 취임 이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가 취임후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면서 이를 번복했다. 오바마 행정부보다 대북 압박을 강력하게 조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협조를 당부하는 대목으로 봐야 한다.

유 원장은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는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함을 과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5년동안 시진핑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중국 내부에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북한의 붕괴는 바라지 않지만 김정은 개인에 한하는 레짐 체인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김정은을 대체할 인물로 백두혈통인 김정남이 제격인 것이 사실이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사진은 2010년 마카오 시내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나타난 김정남./사진=중앙일보


결국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처럼 김정은이 오래 전부터 김정남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소극적이었다가 이번에 급작스럽게 김정남을 없애야 할 요인이 발생해 김정은이 암살 요원을 급파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극을 벌인 것이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김정남 일가를 북한으로 불러들였지만 김정남이 이를 거부해오다가 암살됐다는 대북소식통의 전언도 있다. 사실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이 종종 해외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김씨 일가의 3대세습을 비판해왔고, 이를 김정은이 눈에 가시처럼 여겼을 것은 당연하다.

김정남을 13일 오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테러한 두명의 여성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여성들이 이미 사망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들이 이미 사망했거나 영영 체포되지 않을 경우 이번 사건은 미궁속에 빠져 누구 소행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독극물을 사용한 여성 암살요원을 훈련시키는 대표적인 곳은 북한 정찰총국인 만큼 김정은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5년 전 북한 당국이 김정남에 대한 암살 시도를 했을 때 김정남이 이복동생에게 ‘살려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일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왜 지금 김정남이 살해됐는지 시기에 대한 설명이나 살해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그는 “김정남이 권력을 탐하고 있지도 않았고, 중국에서 신변보호도 하고 있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피살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사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이지만 북한 내부에서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한결같은 국내 들어온 엘리트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니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고 하는 등의 시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제거에 협력할 경우 당장 북한의 급변사태를 막기 위해 대체할 지도자가 필요했고 중국이 원하는 개혁개방에 협조적일 백두혈통은 김정남이 유일했다.

한편, 국정원은 중국에서 김정남의 신변보호를 하고 있었고,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김정남을 살해한 이유로 김정은의 편집증 성격을 거론했다. 김정은의 편집증이 북한 내부에서 간부들의 숙청과 처형에 이어 잠재적 도전자일 수 있는 김정남까지 암살했다는 것이다. 유성옥 원장은 김정은이 장성택에 이어 김정남까지 제거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푸틴에 이어 시진핑도 트럼프의 친구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향후 중국 정부의 태도를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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