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로 외국기업만 시장잠식 반사이익, 3년 재지정 안돼

   
▲ 전삼현 숭실대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2011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던 82개 품목에 대한 보호기간 3년이 경과됨으로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올 8월까지 재지정 여부와 추가지정 등 적합업종 품목을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경쟁시장에서 일명 갑(甲)을 제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일명 을(乙)들이 반사적 이익을 얻도록 하는데 근본적 목적을 두고 있다. 당연히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이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순대업의 경우에는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정품목들의 경우 그 효과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극명히 대립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외국계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감안하면 중기적합업종 지정제도의 혜택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지 않고, 국부만 유출시킨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부작용은 중기적합업종제도 도입 당시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상생, 골목상권 살리기, 일감몰아주기 억제 등과 같은 정치적 구호가 워낙 대세다 보니, 자연히 법리와 경제논리는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적합업종제도를 정치적 구호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는 우선 3가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의 영업수익이 증가하였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동방성장위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들은 중소사업자의 수가 증가한 것을 예로 들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영업수익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하여는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해석하면, 중소사업자간의 경쟁이 심화되어 오히려 영업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 대기업의 사업통제로 외국계 기업만 반사이익을 누리는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사실 법리적으로 답을 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어떤 기업이 외국계 기업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 현실을 고려하여 볼 때에 전통적으로 국내 대기업이 지배했던 시장을 국내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이 차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국계 대기업들의 국내 영업소 또는 자회사, 합작회사 등이 차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한 후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외국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기업은 손과 발이 묶여있는 사이에 외국계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정작 중소기업들은 업체 난립으로 경쟁만 심화하고, 제품의 품질도 조악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기적합업종을 3년 재지정하는 문제는 이런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과 참석자들이 회의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비록 외국계 대기업의 국내 영업소나 자회사 등이 국내에서는 규모가 작아 적합업종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외국의 본사를 기준으로 볼 때 대기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제를 가하여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상생법의 국외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간접수용 규정이나 시장접근 의무, 자동 현행동결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통상마찰은 물론이고,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반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더욱이 프랑스 저가 베이커리인 브리오슈 도레나 일본계 외식업체인 마루가메제면(우동)·갓덴스시(초밥)·잇푸도(라멘) 등이 향후에 국내 최대 외식관련 대기업그룹이 된다 하더라도, 현행 중기적합업종으로는 이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즉, 앞으로는 더 큰 대규모의 국부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애물이 바로 중기적합업종제도가 될 수 있다.
 

셋째,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정말로 국민이 행복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행복지수는 국민소득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명박정부도 이러한 전제하에서 골목상인들의 소득을 보장하여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려는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제조업 분야인 공공조달용 LED 조명의 경우 품질 저하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생계형 서비스업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일본계 사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심지어 면세점과 같은 산업형 서비스업도 외국계 거대자본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하여 볼 때에 과연 중기적합업종제도를 3년 더 연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정책당국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더욱이 추가 지정은 더욱더 깊은 고민을 거친 후 결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