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홍준표 경상남도지사(자유한국당)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 무죄를 선고받은 16일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실추된 제 명예를 되찾았다"면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거듭 태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할 것"이라고 사실상 대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홍준표 지사는 이날 오후 경남도지사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 35년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즐풍목우(櫛風沐雨)의 자세로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해왔지만, 성완종 메모라는 황당한 사건에 연루돼 1년 10개월간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하며 이같이 밝혔다.

홍 지사는 "지난 1년10개월간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길을 걷는다는 심정으로 묵묵히 견뎌왔다. 권력이 없는 자의 숙명이고 모래시계 검사의 업보라고도 생각했다"며 향후 "더욱 낮은 자세로 제 모든 성심을 다하고,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국가) 위기를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업보' 언급과 관련 "내가 검사 하면서, 정치인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격했고 그 공격이 부메랑이 돼서 내게 돌아온 것"이라며 "검사를 할 때도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화하고 상대방을 제압해 수사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나는 성완종을 모르는데,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됐단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며 "지난 1년10개월간 울화가 치밀 때는 눈을 감고 가슴의 화를 쓸어내리는 시간을 보냈다. 1심 (실형) 판결때는 하도 어이없어서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했으나,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사진=홍준표 도지사 페이스북

홍 지사는 "성완종 사건의 본질은 자세히 보면 2012년도 일부 친박들의 대선자금 문제"라며 "내 사건을 만들어야 그 대선자금 문제가 묻히니까, 이것도 언젠가 밝혀지리라고 봤다"고 친박계와 각을 세웠다.

그는 "2015년 4월9일 성완종씨가 자살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친이(親이명박) 아니고 친박이고 대선에 공헌했으니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울면서 사정했지만 그게 통하지 않자 자살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2015년 5월~6월 사이에 내가 성완종이랑 호텔에서 만나게 주선했다고, 자기는 돈만 갖다줬다는 취지로 윤성모씨가 일관되게 진술해왔는데 항소심에서 '만나게 해준 사실이 없는데 검사가 하도 추궁해서 그냥 거짓말로 한 것'이라고 했다"며 "검사의 각본따라 진술한 것을 실토한 것"이라고 짚었다.

홍 지사는 향후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내가 나간다, 안 나간다 할 문제는 아니고 그럴 순간도 아니다"고 말을 아꼈으나, "대한민국은 천하대란이다. 경제대란, 정치대란, 사회대란, 남북대란, 외교대란"이라며 "대란대치의 지혜로 돌파해야하는데 지금 대선 나온 분들을 보면 지엽 말단적인 문제로 마치 슬론머신 앞에 앉아 10센트 넣고 100만다러 나오길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바른정당으로의 이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자유한국당은 지금 박근혜 사당이 아니고 이 땅의 우파진영의 본산이라서 쉽게 떠나기 어렵다"면서도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고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두 당이 갈라선 계기는 첫째는 양박(양아치 친박)들 때문이고, 두번째가 당의 주도권 다툼에서 '더 이상 당에서 치사하게 정치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며 "이런 문제가 해소되면 양당이 같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실세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각 3년·3년·1년)를 처분을 내리고 마무리한 인적쇄신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 '양박'이 잔존하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친박, 진박, 양박까지 나왔는데, 이념으로 뭉친 집단은 (더불어민주당) 친노"라며 "그사람들(친박)이 무슨 이념이 있나. 우파에 대한 생각이 있었나. 그저 국회의원 하려고 박근혜 치맛자락 붙잡던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당대표. 아마 정당 사상 계파없이 독고다이로 당 대표 한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며 "그래서 난 친박은 궤멸할 것이라고 진작부터 그렇게 봤다"면서 "이념없는 집단은 정치집단이 아니고 이익집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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