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원칙 주장하면서 특검 압박…촛불민심 마녀사냥업은 또 다른 포퓰리즘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실질심사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박영수 특검팀의 영장재청구에 대해 내비게이션 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까지 구속·불구속에 대한 오락가락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의 발언은 최근 법과 원칙보다는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촛불민심과 무관하지 않아 법을 정치에 악용한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신들의 소신과 다른 주장으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으로 뜻밖이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자 법원의 발부를 촉구하며 압박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 홈페이지 내 블로그 '문재인의 호시우행'을 통해 불구속 수사가 사법정의의 대원칙임을 주장했다. 당시 문 수석은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나라 구속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다. 법이 규정하는 구속요건 외에는 구속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소만 되면 마치 유죄인 듯 추정하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퍼져 있다"며 "불구속 원칙을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구속요건을 판단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사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김경진 의원 등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0일 "불구속 원칙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형평성의 원칙에 엄격히 기초해야 한다"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왜 삼성 오너 일가 앞에만 서면 언론도 정치권도 검찰도 법원도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냐"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하루종일 분노한 여론이 들끓었다. '이 부회장이 아니었어도 그런 결정을 내렸겠냐'는 것이 항의가 빗발친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면 정의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나"라고 법원을 비판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도 나섰다. 천전배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천정배 전 대표의 불구속 수사에 맞섰던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에 항의해 사퇴하기까지 했다.

불구속 기소원칙을 지지했던 천정배 전 대표도 지난 1월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삼성왕국이 아직도 법치 밖 성역인가"라며 "(삼성이) 모든 분야에 전방위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사법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온 무서운 역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위원인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사 시절 구속은 잘 안 했다. 증거 수집을 해서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며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했었음을 피력했다.

이후 김경진 의원은 다른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며 "조의연 부장판사의 영장 기각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김경진 의원은 "이재용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최순실 정국에서 특검은 촛불과 여론에 밀려 본질에서 벗어나 '이재용 구속'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명확한 증거도 도주의 우려도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이 내비게이션 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정국이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기업죽이기기 등 포퓰리즘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촛불민심에서 타오른 반기업정서를 교묘히 자기정치에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검도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본류에서 벗어나 과시·보여주기식 수사로 흐른다.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도, 특검도 더 이상 법과 원칙을 농단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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