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6월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모의하고 언론대응까지 논의한 정황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16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고영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고영태 전 이사와 측근들은 국정개입 의혹을 계획적으로 폭로할 준비를 하고 언론 보도 후에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까 몸 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 고영태 일당은 특정 기자와의 협의에 따른 언론보도 조율에 이어, SK 최태원 회장 사면 정보를 미리 알고 SK그룹 인사에 개입하려는 의도 및 정부 예산을 빼내려는 정황도 내비췄다.

고영태 씨는 작년 6월 13일 김수현 전 대표와 통화하면서 “김종하고 관련된 거, 그걸 찾아서 그 회사 좀 가르쳐 달래. 이름을 모른다고. 몇 개만 던져주면 되지 뭐”라고 말했다.

17일에는 고씨가 “'사람들이 다 피해를 본다. 그건 좀 그러니 이것만 뺍시다'라고 얘기하려고 하는 거야. 다른 걸 드릴게요"라고 하고 김씨는 "형이 준비하고 있는 게 있으니까 그것만 해서 제가 안 나오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얘기하면 될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취재하는 특정 기자에게 자신들이 확인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잘 전달하자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어 20일에는 김씨가 고씨에게 “(기자가) '나는 너나 영태나 피해를 안 가게 하려고 최선의 생각을 한다. 뭐가 있으면 영태한테 바로 얘길 하겠다 이렇게 얘기는 하셨거든요”라고 말한다.

고씨와 김씨 등 소위 고영태 일당이 최순실 게이트를 모의·연출하면서 언론보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정 언론의 취재기자가 이들을 설득한 정황도 나온 것이다.

   
▲ 고영태 일당, 최순실 게이트 모의·연출에 언론대응까지 논의./사진=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해당 특정 기자가 고 씨와 김씨에게 최 씨와 관계된 일 있으면 거리를 두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작년 7월 3일 김씨는 고씨에게 “그 얘기에요. 저번에 형 만나서 소장(최순실)이랑 관계된 일 있으면 하지마라, 위험할 거 같다. 안 하는게 낫다”라고 말한다.

고영태 일당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 뒤인 7월 4일에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받을 게 없다며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뜻도 스스로 밝힌다.

김씨는 작년 7월 4일 고씨 측근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통화하면서 “소장(최순실)은 이미 지는 해고, 박근혜는 끝났다고 보는 거”라며 “근데 걔(박근혜 대통령-최순실)한테 받을 게 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없다니까요”라고도 말했다.

SK그룹 회장 인사개입 의혹…문체부 연구용역 선정 개입

고영태 일당은 지난 2015년 8월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과 관련, SK 그룹 회장 인사에도 개입하려 한 발언도 확인됐다.

최태원 회장의 사면 발표 이틀 전, 고씨는 김씨와 통화하면서 “손길승 회장한테 '누가 이것 좀 해야됩니다' 할만한 사람이 없대, 최태원 말고는, 너무 원로라서”라며 대책을 얘기한다.

이어 고씨는 김씨에게 “최태원이 먼저 나오고 회장을 바꾸는 체계로 가기로 했어. (먼저 나오고요?) 지금 최태원 대신 임시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도 힘이 안 되는거야”라고 말한다.

고씨가 SK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계획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최 회장의 사면을 미리 알고 그룹 회장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한편 김씨가 그보다 전인 2015년 1월 30일 측근들과 나눈 녹취록에는 36억 원 예산규모의 문체부 연구용역 과제 선정과 관련해 “36억이야, 너 36억이 적어? 한방에 해결하고 노잣돈 만들어서 딴 사업을 또 할 수 있는 거야”라며 “내가 관광국장하고 쇼부(합의) 볼 수 있어”라는 대화내용이 확인된다.

김씨를 비롯한 고영태 일당이 정부 예산을 빼내 문체부 연구용역 과제 선정에도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