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된 데 대해 여야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일부 온도차가 나타났다.

범(凡)여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거론했고, 야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부회장 구속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며 앞서나가는 모습이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영장을 발부한 법원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뿌리깊은 정경유착으로 또다시 국민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데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정확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특검 수사에 대한 항간의 우려와 근심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공명정대한 특검 수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구속영장 인용은 장기간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자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판단이다. 경제 정의가 실현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 "수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영장 인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전력해달라"고 주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건 아니다"면서도 "구속 사유가 인정된 만큼 대통령도 특검 대면조사에 성실히 임하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듭 요구했다.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 더민주에서는 고용진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이면에 있는 정경유착의 핵심은 바로 삼성"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자 사필귀정"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또한 "지난 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을 때 많은 사람이 유전무죄를 떠올렸다는 점에서 오늘 법원의 영장 발부는 다행스럽다"며 "권력과 결탁해 거액을 제공하고 각종 민원과 이권을 챙겼던 재벌대기업들도 모두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큰 관문을 통과한 특검은 박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해달라"며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특검과 헌재가 실현해달라"고 채근했다.

국민의당도 김경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 구속 결정은 당연하다"며 "애초 최초 청구됐을 당시 불분명한 사유로 영장을 기각한 건 잘못이지만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은 건 법원이 현명하고 적절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다만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영장기각은 아쉬운 점"이라며 "핵심 실무자이고 삼성그룹 전체가 증거인멸에 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증가인멸 방지를 위해서라도 구속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법원은 삼성 앞에만 서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난한 뒤 "특검은 수사를 통해 박상진에 대한 영장 재청구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이재용 피의자는 지금이라도 사실관계의 전모를 전부 자백하고, 국민들께 사과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손해배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편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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