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주택사업 ‘철수설’에 휘말렸던 삼성물산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줄곳 13조원대 수준의 잔액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3분기 12조3330억원으로 줄었고, 여기서 다시 17%가량 감소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사업 입찰에 참여한 이후 수주시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주택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투시도. 우성2차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삼성물산이 올해 신동아 재건축 입찰에도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삼성물산


올해 강남권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주요 재건축사업장은 반포주공1단지 1·2·3주구와 4주구, 서초 신동아 1·2차, 방배 13·14구역 등이다. 

이르면 오는 5월쯤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서초 신동아 아파트는 인근 우성1~3차, 무지개와 함께 ‘서초 독수리5형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단지다. 

이 중 우성1~3차는 삼성물산이, 무지개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강남역세권 주요 단지 중 신동아(재건축 후 1340가구 예정)만 미정인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신동아 재건축과 관련 별다른 수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조합의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중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은 적극적인 입찰 의사를 비치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적극적이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강남권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디에이치'와 '아크로'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2014년말 주택사업부가 빌딩사업부로 통합된 뒤 지난해 9월에는 팀 단위로 다시 축소되면서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 하는 '철수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 인력도 20~30% 감축해 타 부서로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삼성물산이 강남 개포 일원현대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 견본주택에 몰려든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래미안'을 앞세운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이) 주택 부문과는 크게 관련 없는 이야기”라며 “이미 시공권을 확보해둔 물량이 13조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철수설도 "회사 경영전략이 조금 바뀐 것뿐"이라며 일축했다.

최근 수주전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적합한 유형의 사업을 골라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다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이같은 오해를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특성상 수주전에 힘쓰다 보면 자칫 금품이나 향응 등 ‘무형의 손실’을 볼 우려가 있어 수주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신동아는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지만 수익성이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수주 등 주택사업 외형 확대보다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이미 수주한 물량을 조기에 사업화하는데 집중한다는 전략이지만 축소된 조직과 최근의 움직임을 봤을 때 주택사업 축소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물산 건설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12조9530억원으로 전년(13조47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2015년 적자(-3450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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