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족쇄…신사업‧M&A 차질 불가피
주요 행사 줄줄이 펑크…인맥 관리도 제동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족쇄가 채워졌다. 서울지방법원이 17일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언제가 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의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 부회장은 1년 중 120일 이상을 해외에 체류하며 삼성의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이 부회장은 해외 주요인사, 핵심 거래처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며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해외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신망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한자리에 모으면서 유일하게 초대했던 비미국계 기업인이 바로 이 부회장이다. 그러나 출금조치 탓에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구속이 결정되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재판까지 남겨두고 있어 당분간 해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성장동력 확보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해외 사업은 물론, 투자와 인수합병(M&A)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업체들과 거래를 할 때 각 그룹 총수들과의 직접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기업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들과 핵심 사업을 추진할 때 총수가 전면에 나설 경우 상대가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다르다”며 “글로벌 기업 수뇌부들도 총수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삼성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 주요 외신들도 앞다퉈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고 있다. 당장 17일(현지시간) 예정된 하만의 임시주주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하만은 삼성과의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전장사업을 점찍고, 지난해 9조원을 들여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우호지분이 충분한 만큼, 삼성과 하만의 합병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합병을 반대 측이 삼성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 세울 경우 주요 주주들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해 주요 해외 행사에도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4월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의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 참석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 2013년부터 이사를 맡은 이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아시아 주요 인사들과 교분을 나눴다.

또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선밸리콘퍼런스’도 참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IT‧미디어 등 각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이 콘퍼런스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9년부터 매년 선밸리를 찾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