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우려했던 '역전세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입주에 들어가면서 쏟아지는 물량에 전셋값 시세도 떨어지고 세입자 찾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3658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다.

20일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 고덕 일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셋값은 최근 1주 사이 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 2015년 한창 재건축 진행 중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경./자료사진=미디어펜DB

그렇지 않아도 강동구 일대는 서울 전역이 전세난에 허덕일 때도 하남미사지구 입주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세를 보여오던 상황. 여기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대규모 물량 공세에 시세 하락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덕동 O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5억원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신규 입주물량(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4억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이른바 비로열층으로 불리는 3층은 3억8000만~3억9000만원에 나온 것도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단지(84㎡ 기준)라도 고덕역(지하철 5호선)을 기준으로 역에서 먼 동은 4억1000만~4억2000만원, 가까운 동(직선거리 500m 안팎)은 4억5000만원, 가장 가까운 301~308동은 4억8000만~5억3000만원대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고덕동 단지별 전세 시세를 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1㎡당 477만원으로, 6년 전인 2011년 입주한 ‘고덕 아이파크’(493만원)보다 오히려 낮다.

   
▲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입주한 '고덕 아이파크'의 전세 시세가 신규 입주 단지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보다 높다./자료=KB국민은행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고덕동 거주민일 경우 원래 살던 집 전세가 나가야 ‘래미안 힐스테이트’에 입주할 수 있는데 약 3700가구 물량이 한꺼번에 늘면서 인근 단지까지 영향을 미쳐 수요자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또 입주를 하지 않고 전세를 주려고 해도 원하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G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의 입주지정일이 다음달(3월) 5일인 만큼, 연체를 피하기 위해 전셋값을 더 내려 내놓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고덕지구 일대 역전세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O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는 5~6월이면 고덕주공6단지, 6~7월에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거주민들이 재건축을 위해 이주를 시작한다"며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집주인 중에는 이를 겨냥해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상환한 뒤 다시 전세가를 올려서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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