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족보도 없는 '김과장'이 대한민국 최고액권의 주인공인 '사임당'을 제쳤다. 이름값이 몸값인 드라마의 현실벽을 뛰어 넘었다. '김과장'이 꿈꾸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역설일 게다.

취업은 깜깜한 절벽이요, 직장인은 언제나 주머니 속에 사표를 넣고 다니는 우울한 일상이다. 주말마다 광장을 뒤덮는 촛불과 태극기 물결은 제각기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갈구하고 있다. 답답하다.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울고 싶은 슬픔이 배어나오는 그야말로 웃픈 세상이다.

점잖은 공자말씀이 통할 리 없다. 삐딱해지는 심사다. 그러니 제대로 한 번 누군가가가 대신 통쾌한 복수라도 해줬음 하는 마음이다. '김과장' 남궁민이 범접불가 '한류 여신' 이영애를 KO패 시킨 이유다. 제작비 200억의 대작을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과장이 눌렀다.

수목드라마 KBS-2TV '김과장'이 올 최대 기대작으로 주목받는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청률에서 완벽하게 압도했다. 남궁민 주연의 '김과장'은 지난 1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7.6%,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는 10.3%를 기록했다.

   
▲ 수목드라마 KBS-2TV '김과장'이 올 최대 기대작으로 주목받는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청률에서 완벽하게 압도했다. 남궁민 주연의 '김과장'은 지난 1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7.6%,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는 10.3%를 기록했다. /사진=KBS-2TV '김과장' 캡처

'사임당 빛의 일기'는 '대장금'으로 불가대체 한류스타임을 인증 받은 이영애의 13년만의 안방 복귀작이다. 반면 18년 연기생활에서 첫 단독 주연을 꿰찬 '김과장'의 남궁민은 스타성 부분에서 비교불가다. 더욱이 이영애의 상대역은 역시 한류스타로 널리 알려진 송승헌이다.

사전 제작드라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전 제작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 이후 봇물 터지듯 터졌다. '태양의 후예' 열풍을 이을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던 김우빈·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에 이어 이영애·송승헌의 '신사임당 빛의 일기'로 계보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 뒤를 이을 빛의 작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13년만에 복귀한 이영애에 대한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역시 불가능 쪽에 무게가 실린다. 사전 제작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영애와 비교불가 남궁민의 '김과장' 인기 비결은 뭘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시대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근엄함이 무너진 세상에 이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웃을 수 있는 대리만족의 대상이 바로 남궁민이 열연하고 있는 '김과장'이다.

남궁민의 내공이 묻어나는 능글맞은 생활연기, 갑질 세상에 대한 통쾌한 한 방, 한탕주의를 꿈꾸는 이 시대 샐러리맨들의 심리, 불의에 함구하지만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정의에 대한 갈망, 이 모든 것이 공감 100%다. 갑과 을 사이를 메워주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한몫했다.  

18년 배우 인생에 대해 "열등감이 강점"이라는 남궁민의 고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스타성을 뛰어넘는 그의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을의 전쟁'에 목말라했던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혼돈의 시대 '김과장'은 사이다 같은 드라마이다. 을들의 반란이 유쾌하다. 갑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통쾌함이다. 답답한 현실의 벽을 뻥 뚫는 상쾌함이다. 변방의 배우 남궁민이 한류스타 이영애와 송승헌을 상대로 한판승을 꿈꾸고 있다. 사랑은 '태양의 후예' 송혜교·송중기처럼 달콤하게, 현실인 삶은 '김과장'의 남궁민처럼 자유롭게. 이게 보통 사람이 꿈꾸는 세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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