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고영태 녹음파일’을 두고 최순실 재판에서의 법정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열린 재판에서 최순실(61)씨 측은 고영태 대화 녹음들을 제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그 측근들이 벌인 기획 폭로 및 재단 장악”라고 밝혔고, 검찰은 언론 보도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 논의라며 평가절하했다.

최씨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고씨 측근인 류상영 더블루K 부장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사이에서 작년 7월에 녹음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류상영 부장은 김수현 전 대표에게 언론사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네가 양날의 칼을 쥐고 있어”, “줄 수 있는 환경을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말한다. 이들은 “딜이 안 되고 보도가 되면 그때는 친박이 무너질 것”이라고도 얘기를 나눈다.

최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류씨와 김씨가 기획 폭로 진행 상황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어떤 위치를 취할지 밀도 있게 논의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고씨 일당이 사태를 부풀려 폭로한 뒤, 미르·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은 “해당 기자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도하기 직전이었다”며 “이들은 언론 보도를 막고 무마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씨를 좌지우지하고 재단 장악" vs "애로사항 논의…농담이다"

고영태 녹음파일에서 불거진 의혹은 이뿐 아니다. 최씨 측 변호인이 이날 재판에서 밝힌 고영태 일당의 다른 대화 내용에는, 고씨가 최씨를 좌지우지하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던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학 후배로서 고씨 측근인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에게 “영태 형이 ‘애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공무원한테 가면 이거 안 된다 저거 안 된다 그러고. 회장님은 위에 가서 얘기하고 오셔갖고 다 된다고 그랬다는데 왜 안하고 있냐 그러고.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되냐’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박씨가 이어 “영태 형이 솔직히 이 시점에서도 회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제일 잘 알고 솔직히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야 하는지 제일 잘 알지”라고 하자 김씨는 “막 몰아세우다가 감정적으로 다가서고 그리고 또 정색하고 얘기하고 이런 부분이 영태 형이 소장(최순실)을 다루는 방법이야. 영태 형이 감정적으로 소장(최순실)을 컨트롤하려 하면 업무적으로는 우리가 해야 하는데”라고 답한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고씨가 최씨에게 업무상 애로사항을 얘기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고영태 녹음파일 법정공방…"기획 폭로" vs "언론 무마 논의"./사진=연합뉴스


또한 작년 6월 13일 녹음된 파일에서 김씨는 고영태에게 “형이 그거 들고 계신다면서요? 법인 세우는 거…”라고 묻자 고씨는 “어. 내가 저기 재단을…뭐 부사무총장? 그걸로 아예 들어가야 될 것 같아. 들어가야 정리가 되지 그 새○들, 뭐 이사장하고 사무총장…쓰레기 새○ 같아. (이야기가) 잘 통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라고 말한다.

고씨는 이어 “사무총장을 쳐 내는 수밖에 없어, 자리에 딴 사람을 앉혀놓고 정리해야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내부 시끄러울 수 있으니까 땡겨놓고…그 사람이 이사거든. 사무총장이 이사로 돼 있어, 재무이사로. 감사 문제를…너 이거, 감사 너 돈 이거 어떻게 됐느냐, 그래서 '책임지고 옷 벗어' 해서 내쫓아야지. 안 그러면 문제가 될…말이 나올 수 있잖아? 내가 이제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고 하다 보면 거기 다 우리가 장악하는 거제. 그럼 힘 빠지면…”라며 자신의 재단 장악 계획을 설명한다.

이에 김씨는 “500억이면 괜찮다니까요 형”이라고 맞장구친다.

고씨는 이어 “미르재단도 지금 사무총장 바꿔야 돼, 이사장도 바꿔야 되고…알아보라는데 내가 아우 씨○ 알게 뭐야”라고 하자, 김씨는 “그 사람들이 형 사람들이 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하고, 이에 고씨는 “그러니까 그거야 결론은.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거야”라고 말한다.

최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녹음파일의 전체 기조에는 대화자들이 최순실의 지시를 받아서 이렇게 했다는 자체는 없다”며 “어떤 사업을 하면서 (최씨가) 어그리(동의)했냐 보고했냐 이것만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씨 일당이 최씨 몰래 사익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이 녹취록 내용과 관련, 고영태는 지난 6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씨와 농담으로 한 얘기”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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