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경영정상화' SM상선 '3월 출범' 총력
장기불황·경쟁심화 등 글로벌 난제도 만만찮아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해운업 불황이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온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해운업계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해운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하는 SM상선에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 부산신항에서 화물 싣는 현대상선 선박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둔화와 선박 공급 과잉이 지속하면서 이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해운시장은 올해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글로벌 대형 화주들이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를 잃은 가운데 해외 대형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 기업들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다.

이에 정부는 국적 1위 선사가 되는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한국선박해양이 다음 달 초까지 현대상선의 선박 10척을 매입하는 등 7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향후 5년간 2000억원 이상의 손익이 개선되고 5000억원이 넘는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년 내 국내 선복량이 한진해운 침몰 이전인 1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회복하도록 선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최대 20척의 선박 신조를 돕고 국적 터미널운영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업계의 관심사다.

이 외에 현대상선과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결성해 다음 달 출범하는 '미니 동맹'인 HMM+K2 컨소시엄은 국내 대부분의 선사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오는 2018년 말까지 재무 구조 등을 정상화하고 2021년에는 글로벌 선도사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아시아-미주 시장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로 성장하고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내달 중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SM상선도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활용하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SM상선은 최근 한국선주협회에 회원사 등록을 완료하는 등 다음달 8일 서비스 개시를 위한 채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해운·항만 산업에 올해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하고 세부 대책을 추진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현대상선 선박

다만 한국 해운업이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를 준비하고 있으나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국적 선사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규모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기준 106만TEU였던 컨테이너 수송력은 12월에 51만TEU까지 낮아졌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크게 줄어 직격탄을 맞았으며, 밀린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부산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400억원대의 큰 피해를 당할 처치에 놓이게 됐다. 

한진해운은 물론 항만조업 등 관련 업종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직 사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여서 그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컨테이너선·벌크선·탱커선 등 선박량 증가율은 3.7%로 지난해(2.2%)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만5000TEU 이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공급량은 올해 34.7%나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올해 해운물동량 수요 증가율은 2.3%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해운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재발할 우려가 있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운임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운업 육성 정책이 신조 선박 발주 지원 외에도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굵직한 인수합병이 잇따르는 시류에 편승해 국내 선사도 결국 몸집을 불려야 생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STX와 대한해운이 모두 법정관리 수순을 밟은 데 이어 한국 해운업을 대표한 한진해운마저 같은 운명을 맞게 된 것이 안타깝다"며 "점차 위축되는 국내 해운산업이 더 어려워지고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번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또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우리 선사들이 신뢰를 회복하도록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