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집단 투쟁=이념대립 포장 안돼…중도는 합리 아닌 '결정 불가' 의미"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제도권 내 '보수주의' 색채가 가장 뚜렷한 인물 중 한 명인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보수층의 숨은 표심을 뜻하는 '샤이 보수' 현상에 대해 "우익을 대표하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게 진정한 보수 지지층을 입 다물게 만든 것 아니냐"고 당에 자성을 촉구했다.

선거에 앞서 '중도 표 잡기'를 추구하며 여론영합주의로 흘러가는 정치권 풍토에도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한편 명백한 가치중심 정당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희경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당 유기준·이현재 의원 주최로 열린 '샤이 보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기울어진 운동장'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대한민국에 보수정당이라는 게 제대로 존재한 적이 있었나"라며 이같이 반문했다.

전 의원은 "(대중은) 과거 권위주의, 수구, 기득권, 부패 등이 혼재된 개념으로 보수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더 정확하게 우파, 우익이란 말을 써야 한다"며 "우파의 가치란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개인과 사회의 자유를 극대화해주는 것, 납세자를 존중하는 것이며 공공부문 사이즈를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가는 길은 (우파의 가치와) 얼마나 매치되고 있는가"라며 "어디를 지지하든 정책 면에서 큰 차별성을 못 느낀다"고 당 지도부의 '경제 좌클릭' 노선을 비판했다.

   
▲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당 유기준·이현재 의원 주최로 열린 '샤이 보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기울어진 운동장' 토론회에 참석,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또한 "내가 보수라고 했을 때 현재 (여론조사) 문항 속에는 (고를 만한) 선택지가 없다"며 "대선주자를 자임하는 분들의 공약과 행보가 본인의 생활 태도나 정치 신념에서 보수를 표방해온 분들이 아니니 응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 앞 태극기 물결도 그런 하나의 실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 의원은 "좌도 우도, 지금 이념대립을 얘기할 때냐 하는데 그건 명백히 잘못됐다. 정책 설계와 국민 설득 과정에서 이념의 차별성을 잘 인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재 대한민국 내 이념갈등이라는 건 '이익집단 간 투쟁 행위'가 이념 갈등으로 포장되니까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FTA, 사드, 공공부문 개혁 등을 어떻게 할지는 전부 좌우 이념에 있어 어느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중도라는 것도 어느 차원에서 선택을 해야 중도 표심을 반영하는 것인가. 중도라는 건 어느쪽이 맞는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치권이 설득을 위한 대안 마련을 게을리하면서 중도가 '합리적 민심'이라고 포장되는, 이에 기존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끌려다니는 게 굉장히 문제"라며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지만 민심에, 여론 추세에 따르라고 하는데 여론조사를 오독해 정책방향이 비뚤어지거나 하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지금 샤이 보수를 강조하는데, 우리는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사람 중심이 아닌 보수가치 중심의 당으로 빨리 재편해 이를 토대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민심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가치정당으로서 국민들께 내놓을 정책이 있다면 사활을 걸고 국민께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 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하자는 여론이 80%였고 경부고속도로를 놓을 때 반대 여론이 압도적 우세였다. 이런 길로만 갔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는 것"이라며 "여론조사에 정당들이 휘말리고 겁먹기도 하지만, 한국당은 그걸로부터 첫 발을 떼는 용기를 갖고 100년·500년 내다보는 정당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토론회에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를 초청, "샤이보수는 존재한다"는 취지의 발제와 제언을 청취했다. 토론자로는 전희경 의원과 황장수 미래전략연구소 소장, 장욱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섰고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당내에서는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유기준 의원과 이현재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정우택 원내대표, 심재철 국회부의장, 대선주자인 안상수 의원, 조경태 홍문종 신상진 김기선 강석진 곽상도 김성원 김성찬 김승희 정종섭 송희경 최교일 추경호 의원 등 20명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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