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기총회, 차기회장 인선 '데드라인' 임박
'해체·쇄신' 중대고비 속 CJ 손경식 유력한 듯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 모두 탈퇴함에 따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막판 변수가 나올지 재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4대 그룹 모두 탈퇴함에 따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기총회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정기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까지도 차기 회장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로서 전경련 존립의 최대의 관건은 차기 회장 선임 문제다. 그간 전경련은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전경련 회장을 정한 뒤 이 사실을 정기총회 이전에 발표하고, 총회에서 공식 추인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정기총회 하루 전인 이날 현재까지도 새 회장에 대한 발표가 없는 점을 미뤄본다면 새 회장을 아직도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회장 공석 사태가 길어질수록 전경련을 둘러싼 혼란은 증폭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손 회장이 고심 끝에 수락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수락 소식이 없어 결국 회장직을 맡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그동안 10대 그룹 회장들이 일제히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고사하자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외부인사 영입을 검토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고 이후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 적임자를 찾아왔다.

그러다 재계 서열 20위권 이내에 속하는 CJ그룹 회장이자 준 오너로 통하는 손경식 회장이 적임자라는 의견이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씨의 처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으로 오너 일가에 속한다.

특히 손경식 회장은 2005년부터 8년 가까이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직을 맡아왔던 경력이 있어 경제단체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경련의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총회 사흘전 쯤에는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 합의로 추대한 인물이 후임자로 발표되곤 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만큼 차기 회장 인선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인거 같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정기총회 전까지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한다면 허창수 회장이 임기를 일시 연장하는 방안이 제기되나, 허 회장은 이에 부정적인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경련 정관에 최고령자가 회장 유고 시 회장대행을 맡도록 한 규정에 따르면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전경련을 이끄는 방안도 나오지만, 이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이사회장 앞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사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과거에도 전경련 회장이 공석일 때 회장대행을 정한 사례가 있었다. 2003년 10월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SK그룹 분식회계 사태로 중도에 하차하자 회장단 내 최고 연장자이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전경련 회장대행을 맡았다가 이듬해인 2004년 2월 정기총회에서 전경련 회장에 정식 선출돼 잔여 임기를 수행했다.

2010년 7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때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추대를 받은 인사들이 회장직을 고사해 반년 가까이 후임을 찾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2011년 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추대된 바 있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최순실 사태' 여파 속에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전경련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 사무국도 이승철 부회장과 박찬호 전무가 이달 말 퇴진하게 돼 남은 간부 가운데 유일한 전무급인 임상혁 전무가 당분간 조직을 비상체제로 이끌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차기 회장 구인난에 4대 그룹의 탈퇴까지 몰려오면서 전경련이 차기 회장에게 전권을 주고 대대적인 쇄신을 추진하려던 당초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간 전경련은 주요 대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어 재계를 상징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지만, 최근 4대 그룹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그 자체로서 위상이 크게 추락한 상태다.

아울러 그동안 전경련 탈퇴를 유보하면서 주요 대기업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던 다른 회원사의 탈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전경련은 일단 차기 회장이 선출되면 혁신위원회 등을 가동해 신속하게 쇄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의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협의체로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쇄신 모델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가운데 전경련은 "차기 회장에게 전권을 맡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대형 회계법인에 의뢰한 쇄신안 용역은 결과가 나왔으나, 하나의 선택지로 새 회장에게 보고될 뿐 얼마나 반영될 지는 전적으로 회장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어 여전히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차기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쇄신안 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전경련은 24일 정기총회에서 새 회장과 함께 부회장단도 새로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 현대차, SK, LG가 공식 탈퇴했기 때문에 20명의 회장단 멤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