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래에셋대우가 새로운 인사제도 ‘실험’에 나선다. 노사 합의 끝에 탄생한 새 인사제도에 따라 직급이 매니저·선임·수석 등 3단계로 줄어든다. 성과 평가와 연봉 산정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신인사제도가 직원 찬반 투표를 통과했다.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투표 결과 찬성 비율이 80%에 육박해 신인사제도가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 미래에셋대우가 새로운 인사제도 ‘실험’에 나선다. 노사 합의 끝에 탄생한 새 인사제도에 따라 직급이 매니저·선임·수석 등 3단계로 줄어든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직급 통합에 있다.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계급으로 돼 있던 직급이 매니저·선임·수석 등 총 3단계로 줄어든다. 중견사원과 대리가 매니저로, 과장과 차장은 선임 매니저로 직급이 합쳐진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통합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직급 통합은 승진 문제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연봉이 오르고 처우가 나아지는 직원이 있는 반면 승진의 기회가 사라지는 직원도 있다. 개인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만큼 잡음 발생은 불가피했다.

노조 측이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비판을 제기함에 따라 노사 합의과정이 길게 이어졌다. 아직까지도 인사제도 시행시기에 관해선 이견이 있지만 새 인사제도를 도입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합의가 의미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제도가 미래에셋대우의 ‘화학적 통합’ 이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합병 전 대우증권은 성과연봉제를 일부 적용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호봉제에 따라 동일임금을 받아왔다. 통합 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회사 측이 제시한 인사제도를 대부분 수용했지만 대우증권은 난색을 표명했다. 그간의 상황이 달랐던 만큼 새로운 인사제도에 대한 가치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새 제도가 통과돼 이제 모든 직원이 ‘하나의 제도’를 적용 받게 됐다. 미래에셋대우의 화학적 통합 작업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우증권 노조 측 한 관계자는 “이번 제도가 전격적으로 도입된 데에는 조직 통합이 더 중요하다는 (노조 측의) 대승적 판단이 한몫을 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업계 선두인 미래에셋대우가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번 ‘3계급 제도’가 과연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타 증권사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증권업계 분위기 속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상당히 큰 도전을 하는 것 같다”면서 “장단점이 워낙 뚜렷한 제도라 당분간 시선이 많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돼 탄생한 KB증권 역시 인사·복리후생 제도 측면에서 화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노사의 극적 합의가 KB증권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 여부도 업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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