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 헌법 개정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을 배제하고 개헌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당 원내대표는 전날(22일) 회동하고 정당별로 추진 중인 개헌안을 가급적 빨리 단일안으로 만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로 전환하자는 취지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며 대통령 임기, 연임 여부 등 각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3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개헌안 당론 채택을 앞둔 한국당은 오스트리아식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당내 개헌특별위원회가 마련안 이 안은 기존 대통령이 모두 갖고 있던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지위 중 후자를 국무총리에게 이양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국회해산권, 계엄선포권, 총리의 제청에 따른 공무원임면권과 법률안 거부권을 갖고 총리는 법률안 제출권, 예산법률안편성권, 국군통수권 등을 갖는다. 총리 권한을 내각제 수준으로 부여할지를 두고 이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는 '19대 대선 전 개헌' 의지를 강력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0일 의총에서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개헌안 당론 채택하고자 했으나 개별 사안에서 이견을 빚어 유보됐다. 

이밖에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감사원 독립기관화 등의 내용까지 반영한 안을 마련,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직후 의총에서 재논의한다.

   
▲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미디어펜

 
국민의당 안(案)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것은 같지만 6년 단임을 전제하고 있다. 직선제로 선출한 대통령이 외치(외교·통일·국방)를, 국회 선출 총리가 내치를 맡는다. 당 국가대개혁위원회 개헌분과위가 마련했다.

잦은 총리 불신임에 따른 국정혼란을 방지하고자 독일식 제도를 차용한 '건설적 불신임제'를 도입, 후임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방법으로만 현직 국무총리를 불신임하도록 했다. 국회 해산권의 경우 총리가 국회에 신임을 묻고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한 경우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부활시킨다.

개헌안 발효 시점을 2020년으로하고 제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 단축, 21대 국회와 20대 대통령을 동시 선출해 7공화국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시기적으로는 개헌 국민투표를 더민주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19대 대선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헌안에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손학규 전 의장은 책임총리 중심의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들이 대통령보다 국회를 더 신뢰하지 않는다"며 정부-국회 권력 분점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 주도로 반(反)문재인 개헌연대를 추진 중인 바른정당은 아직 단일화된 개헌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21일 내부 설문조사 결과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의원이 40%로 1위를 차지했고, 독일식 내각제가 20%로 그 다음이었다. 적어도 60%의 의원이 중앙권력 이원화를 꾀하는 셈이다.

분권형 대통령는 직선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을 관장하고 나머지는 총리가 맡는 방식으로, 한국당·국민의당과 공통분모를 갖는다. 임기는 4년 중임제가 유력하다. 이같은 사항과 함께 제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 단축해 2020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도록 하는 내용까지 개헌안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당인 한국당을 제외하면 대선 전 개헌을 강력히 추진하는 정당은 없는 셈이다. 

헌법 제89조 3항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발의된 개헌안은 대통령이 20일간 공고해야 하며, 공고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 

공고 후 60일 내 국회 의결을 실시해야 한다. 기명투표를 통해 재적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개헌안이 확정된다.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일자는 적어도 18일 전까지 대통령이 공고해야 한다.

각각 94석·39석·32석의 의석을 지닌 3당이 단일 개헌안 마련에 합의한다면 발의할 수 있으나, 더민주가 개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헌안 가결 정족수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을 배제한다면 더민주에서도 최소한 35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고, 한국당을 탈당한 친박계 이정현·정갑윤 의원이 찬성하더라도 33명이 필요하다.

더민주에서는 직전 대표 김종인 의원을 비롯해 초선 의원 일부가 개헌파를 형성하고 있다. 김종인 의원은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잇따라 회동하며 대선 전 개헌 논의 재점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더민주 개헌파는 기명투표라는 점에서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