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번복가능성 희박' 판단, 시기 저울질중…洪 통합행보 추이 따를듯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1심 실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에 대해 검찰이 23일 상고하면서, 자유한국당 당원권 복권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면서, 한국당은 지난 16일 '반전 무죄' 판결을 받고 대권에 시동을 건 홍준표 지사의 등판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1일 홍 지사에 대해 "당원권 정지에 대한 적극적인 당과 협의가 있고, 그걸 거쳐 조치할 것"이라고 전향적인 언급을 남긴 바 있다.

다만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는 당규에 재차 발목이 묶인 홍 지사가 즉각 '검찰개혁'을 거론하는 등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전날 검찰의 상고가 부정적 변수로 떠올랐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국당 후보 대선 출마 이전에 당원권을 되찾는 과정에 장애물이 생긴 격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한국당이 별다른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영입 의사를 여전히 내비치고 있어, 실제로는 큰 지장이 아닐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2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초청을 받아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한 종편 방송에 출연, 항소심 선고 당일 홍 지사와 통화했다면서 "당원권 말씀을 하길래 그래도 '맨입은 안 된다, 점심은 사야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또 '당대표(현 비대위원장)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비대위)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당규 중앙윤리위 규정 제30조를 언급한 뒤 "(징계를 풀려면) 그 규정을 적용해야 할 듯한데, 아직 홍 지사가 재심 청구를 하겠다는 연락이 없다"며 당원권 복권 여지를 남겼다.

24일 한국당 관계자는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 검찰 상고에 따른 당 지도부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윤리위 규정 30조를 거론, 당 지도부 의결이 있으면 복권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고는 검찰 입장이고 당은 당원 편이다. 상고가 되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재심 신청 등) 규정보다도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복권 여부에 대해서는 "안 해준다면 바른정당에 갈텐데 100% 해주게 돼 있다"며, "인명진 위원장 의중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정 시기는 약 1주~2주 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기가 문제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워낙 의원들 중 (홍 지사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홍 지사의 '양박' 발언 등으로 인한 친박계와 앙금 해소, 당내 우호 여론이 조성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 지사는 16일 무죄 선고 직후 대선 출마를 시사한 동시에 친박계를 '양박'으로 칭하며 성완종 사건의 주동세력으로 지목하는 언급을 남겼다. 또 친박계에 "이념이, 우파에 대한 생각이 있었나. 그저 국회의원 하려고 박근혜 치맛자락 붙잡던 사람들"이라며 "진작부터 궤멸할 것이라고 봤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홍 지사는 친박과 철저히 선을 그으면서도, 보수우파로서의 선명성을 피력하는 발언으로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21일 "단심제로서 형사재판보다 더 엄격한 절차가 요구된다"며 "탄핵심판을 마치 공무원 징계절차 정도만 생각하거나, 자신에 임기에 맞춰 절차를 강행하는 듯한 헌법재판관은 소신에 찬 모습이 아니라 광장 민중주의에 흔들리는 나약한 모습"이라고 지적하며 탄핵 반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최근 22일 부산, 23일 대구, 24일 울산에서 잇따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열며 '강연 정치'를 시작했다. 홍 지사는 부산에서 "큰 선거를 하려면 참모가 있어야 한다"고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대란대치(大亂大治)'라는 슬로건보다 구체화한 셈이다.

대구에서는 출마 시기에 대해 "탄핵 (결정) 이후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적 탄핵은 좀 그렇다"며 "촛불시위만으로 탄핵 가부를 정한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인민재판"이라고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양박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팔아 사욕을 채운 '극히 일부'"라고 수위를 낮추면서도 "탄핵사태 이후 제일 먼저 나와 입에 거품을 물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나왔다. 그런 일부가 양아치 친박"이라고 다시금 쓴소리를 했다.

   
▲ (왼쪽부터)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사진=미디어펜


인명진 위원장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간 설전이 오간 데 대해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둘 다 같은 정당인데 일시적으로 부부싸움이 있어 별거하고 있을 뿐 이혼한 건 아니다"고 중재에 나서며 범보수 통합 행보를 보였다.

본격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홍 지사로의 보수표 결집도 일어나는 모양새다. 20~22일 조사,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2월4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홍 지사의 지지율은 2월3주차 주간집계(20일 발표) 대비 1.5%p 오른 3.3%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공동 6위로 등극(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했다. 같은 기간 3.2%p 내린 황교안 권한대행(3위. 11.6%) 몫의 보수층 표심 일부를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홍 지사는 이날 울산시청 기자간담회에서는 뚜렷한 반좌파 노선을 천명하며 '집토끼 잡기'에 주력했다. 그는 "남미와 유럽 등 세계 좌파는 다 몰락했고, 우리를 둘러싼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은 모두 국수주의자"라며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 좌파 정권이 탄핵하면 한국이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지금은 탄핵 국면 속의 '좌파광풍'시대다. 우파가 마음 둘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야권 대선주자들을 겨냥해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사파(주체사상파)로부터 전향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며, 또 "문재인 후보가 보수라고 얘기하는 걸 언론으로 들었는데, 좌파라고 해서는 세계 질서 속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니 이들이 보수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