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한 달 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총수와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대한해운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재계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총수 구속과 단체 해체 위기, 기업 청산 등 최악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재계는 앞으로 맞닥뜨릴 파고가 얼마나 더 커질지를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먼저 삼성그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남은 수사 기간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되긴 했지만, 뇌물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변함이 없다. 정식 기소가 되면 재판에서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중 핵심은 뇌물공여 혐의인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청와대로부터 도움을 받은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승마 지원' 형식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게 혐의의 핵심이다.

1차 영장 기각 후 특검은 약 4주간의 보강 수사를 통해 '승마 지원'의 대가로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 관련 특혜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의 특혜를 누렸다는 혐의를 2차 영장에 추가했지만,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보는 기본 틀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은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일 뿐 합병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재판 과정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될 특검과 정면승부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적부심을 신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보석을 신청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 권태신 신임 전경련 부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에서 정기총회 기자 브리핑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 연임…권태신 "혁신안 마련 총력"

허창수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유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가 24일 열렸다. 오랫동안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불안해했던 전경련은 비교적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의 다른 총수들이 회장직을 고사하는 탓에 전경련 정기총회 전날까지도 차기 회장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다만 최근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인지 회원사 다수가 위임장을 제출하고 실제 총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참석 대상 554개 회원사 중 다수가 위임장을 제출하는 바람에 실제 참석자는 100여명에 그쳤다. 회장단 중에는 허창수 회장과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혁신위원들만 참석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 등 주요 그룹이 대거 전경련을 탈퇴한 상황에서 재계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만 전경련 회원으로서 자리를 지켜 주목을 받았다. 롯데 황각규 사장(경영혁신실장)이 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롯데의 전경련 잔류는 전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신 회장은 전경련의 개혁을 촉구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약 30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허 회장을 36대 회장으로 의결했다. 허 회장은 미리 배포한 취임사를 읽었고 회원사들은 박수로 총회를 마무리했다.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이날 혁신위원회를 통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전경련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권 신임 부회장은 앞으로 정경유착을 절대 끊고 회계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본 역할 자체를 싱크탱크를 강조하면서 회원사 간 친목 도모와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힘쓸 것을 강조했다.

이날 진행된 오찬은 회장단이 앉은 헤드테이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 부산신항에서 화물 싣는 현대상선 선박

한진해운 쇼크 후유증…현대상선·SM상선 역할 주목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해운업계는 물론 재계도 그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몰렸다.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규모는 불과 3개월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크게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부산항은 전년보다 0.2% 감소한 1946만9000TEU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부산항은 2016년도 세계 주요 항만 컨테이너 처리 실적 순위에서 6위에 머물러 2014년 이후 5위 항만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한진해운 침몰의 반사 이익은 외국 선사들에 고스란히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 상태에서 국내 1위 선사 타이틀을 짊어진 현대상선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한 뒤 세계 5위의 해운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애초 한진해운과 규모 차이가 큰 데다 장기불황 속에 지금도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는 단계여서 해운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현대상선마저 무너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마련한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대 규모를 키우고 영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해운업계는 지적한다.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영업망과 인력을 넘겨받아 올 3월 출범 예정인 SM상선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이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진해운의 오랜 노하우와 신뢰도를 십분 활용해 초기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히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