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국회 측과 "사익 추구한 권한남용을 하지 않았다"는 대통령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탄핵심판 변론은 끝났지만, 탄핵을 결정하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평의는 이제 시작했다.

헌재가 27일 지난 2달 간의 최종변론을 마치고 28일부터 평의에 돌입한 가운데, 최순실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와 세월호·사익추구에 대한 사실관계 등 각 쟁점에 관해 헌법재판관들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는 28일부터 탄핵 인용 혹은 탄핵 기각 등 선고(최종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각 8인의 재판관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평의' 절차에 돌입했다.

헌법재판관들과 헌법연구관들은 지금까지 변론에서의 증인신문 증언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고, 탄핵심판 결정문 초고를 위해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와 주요 법리 정리도 작성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8명 재판관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인 평의는 강일원 주심재판관이 사건 쟁점에 대해 검토 내용을 요약하면 나머지 재판관들이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비공개 진행된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이 의견을 표명하면 후임 재판관들이 순차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가운데,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은 가장 마지막에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는 이의제기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재판관 8인은 각종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재는 지난 27일 부로 2달간의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사진=미디어펜

헌재가 우선 다루어야 할 쟁점은 국회 탄핵소추 절차와 관련된 위반 논란과 헌재 재판관 8인 구성에 대한 시비다. 탄핵심판의 시작과 그 형식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명쾌히 정리해야 한다.

지난 27일 최종변론에서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이에 관해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대통령 측은 "13개 탄핵사유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일괄표결은 적법절차 위반"이며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회가 탄핵사유를 17개로 늘리며 탄핵소추의결서를 변경한 것은 국회의원 2/3의 동의를 재차 구하지 않은 위법"이라고 강공을 펼쳤고, 이에 국회는 일괄 표결이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헌법재판관 8인 구성의 적법성과 관련, 대통령 측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 개인의 방어권이 완전히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법 조항에서 “7인 이상의 재판관이 탄핵재판 심리에 응할 수 있다는 것이지, 평의-평결-선고에 이르기까지의 중대한 헌법재판 과정은 반드시 9명의 재판관이 결정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단은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면 법에 규정된 심리를 넘어서 선고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의 시작과 형식에 관한 쟁점 공방을 헌재가 정리하면, 남아있는 쟁점은 국회가 13건에서 17건으로 변경-제출한 각 탄핵사유에 대한 논의다.

탄핵사유 별로 “아무런 증거나 사실관계 입증이 없다”는 대통령 변호인단 입장과 “최순실 및 세월호 등과 관련된 대통령 행위는 중대한 법위반으로 탄핵이 정당하다”는 국회측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위법 여부를 두고, 증거 등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선택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대통령 측은 "13개 탄핵사유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일괄표결은 적법절차 위반"이며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회가 탄핵사유를 17개로 늘리며 의결서를 변경한 것은 국회의 동의를 재차 구하지 않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세월호 7시간 등 사고 당일 구조 상황에서의 청와대 대응과 관련, 국회 측은 "국민 생명권 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반이며 해경청장과 국가안보실을 관장하는 대통령의 법적책임까지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 측은 당시 필요한 조치를 다 했고 세월호 사고와 대통령의 법적 책임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기금에 대해서 국회 측은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최순실 사익 추구에 도움을 더하고 기업들에게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 측은 "이는 문화융성과 체육진흥, 일종의 창조경제 성장을 위한 자발적인 민간 모금"이라며 사익 추구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 및 공문서 유출, 언론 탄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쟁점도 헌법재판관들이 숙의해야 할 사안이다.

국회 측은 "최씨가 대통령을 전횡하여 국정 농단을 야기했다"고 주장했으나,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최씨에게 민간의 단순한 의견을 구했을 정도라고 일축하며 "대통령이 사적인 연고나 사익을 취하려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법적 쟁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것은 최순실과 박 대통령 간의 관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현재 최순실-안종범 재판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가 규명하고 있으며, 지난 90일 간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일부 사실관계들이 있다.

국회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 소위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해 각종 위법이 벌어졌다고 강조하면서 이는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이 고의로 위법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그 같은 사실을 인식한 적도 없다며 적극 반박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의 한 변호인은 이와 관련 "일부는 탄핵 사유가 부풀려졌고 대부분의 근거가 사실무근인 백지탄핵"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 탄핵심판은 선고 전 약 2주간의 평의와 평결, 결정문 작성 및 원안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 예정일은 3월13일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그 이전 3월 10일이나 13일 탄핵심판 선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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