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전기차 메카 최적지...전기차배터리도 세계제패하자

   
▲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메리츠증권 전수석 연구위원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이상적인 환경을 두루 갖춰

지난 3월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최된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3월 21일 1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BMW, 닛산, 기아자동차는 각각 i3와 리프, 쏘울 모델을 이번 엑스포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하였고, 르노삼성과 GM은 SM3 Z.E.와 스파크EV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또 프랑스의 전기차 전문회사인 Mia Electronic도 참여하여 자사의 카다브라 및 블루스타 모델을 내놓았다. 이번 엑스포 기간중에는 연인원 약 4만 7,000명이 관람했다. 참여업체들은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관람객을 상대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였다.

제주전기차 엑스포 기간 중에는 전기차 관련 기술과 정책에 대한 총 14개의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많은 인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컨퍼런스마다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산학연 관계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제주도에서 세계 최초로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개최된 데는 그 의미가 상당하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이상적인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해안선의 길이가 180km에 불과하여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 평균 100km 이하를 운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 충전으로 130~160km 정도를 달리는 전기차는 제주도에서 운행하기가 적당하다.

둘째, 제주도에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등을 통해 이미 민간 포함 497기의 전기차 충전소가 운영중이어 제주도 전역을 커버하는 충전인프라 구축에는 추가로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세째, 제주도는 높낮이가 심한 지형의 특성을 갖추고 있는데, 내리막길에서는 엑셀레이터를 밟지 않고 배터리를 재충전할 수 있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넷째, 제주도는 렌터카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어 적절한 보조금 지급정책만 유지된다면 전기차 보급을 단시일 내에 확대하기에 아주 이상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주도는 향후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각축장이 될 것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전기차 시험장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

   
▲ 제주도는 해안길이가 180km이내이고, 오르막내리막이 많은데다, 렌트카가 많아 무공해 전기차운행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제주도를 세계최고의 전기차 기지로 육성해서 전기차와 관련산업 발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면에서 세계1위 국가인데다,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메가트렌드라는 점에서 관련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제주에 있는 전기차들이 제주시내를 운행하고 있다.

5년 이내에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해져

전기차의 현재 기술 수준은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가 130~160Km 정도이며, 1회 충전에 소요되는 완속 충전 시간은 4~8시간(급속 충전 시간은 20~30분)에 달한다. 당초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가격이 비싼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능력 또한 우수한 배터리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또한 교류전류 대신 더 빠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직류전류를 이용함으로써 완속충전 시간도 수분내로 가능해지는 기술들이 잇따라서 나오고 있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에 비추어 보면 아무리 늦어도 5년 이내에는 1회 충전으로 300km를 달리며, 완속 충전 시간이 1시간(급속 충전 시간은 10분 내외) 이내로 짧아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올들어 한국기업 차량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일본기업 추월

전기차의 핵심은 차량가격의 60%를 차지하는 배터리에 있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금년에는 우리기업의 시장점유율이 49.5%(LG화학 30.0%, 삼성SDI 19.0%, SK이노베이션 0.5%)을 보여 일본 기업의 시장점유율 48.9%를 확실히 추월할 전망이다.

                            2014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업체별 시장점유율 전망

   
 

                               자료: B3 및 한국전지산업협회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공급에 있어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미 GM, 르노, 현대차와 기아차, 포드, 볼보, 창안기차, 디이기차 등 10여곳 이상의 고객사에 차량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삼성SDI는 BMW의 i3와 i8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 외에도 마힌드라, 크라이슬러, 델파이 등과 수주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SDI의 박상진 사장은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 자동차 배터리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올해 44억3,100만 달러에서 2018년에는 154억8,300만 달러로 시장규모가 4년만에 약 3.5배나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LCD, TV산업 등에서 세계를 제패한 우리기업들은 이제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에서도 관련 기술을 선도하며 대량생산과 탁월한 원가절감 능력을 토대로 이 산업을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전기차는 메가트렌드, 국내 자동차업계는 사활 걸어야
 

세계 각국은 날이 갈수록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엄격히 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인 유럽과 미국을 보면, 유럽은 자동차 한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130g/km에서 2020년 95g/km로, 미국은 2015년 146g/km에서 2025년 89g/km로 강화하는 정책을 실시키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자동차업체에게는 전체 판매대수의 12%를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ZEV, Zero Emission Vehicle)로 판매토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거나 의무를 초과달성한 자동차업체로부터 배출가스 사용권을 구입토록 하고 있다. ZEV법은 2017년 이후 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뉴욕주와 메릴랜드주에서도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규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9만5,000대로 2012년 4만5,000대에 비해 111% 상승하였다. 아직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8,400만대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20년에는 266만대 정도로 시장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이제 전기차는 그저 꿈이 아닌 곧 다가올 미래이며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소, 스마트그리드 등과 결합하면 엄청난 전, 후방연관 산업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제까지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 다름 아닌 테슬라(미국), Mia Electronic(프랑스), BYD(중국) 같은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가 이 산업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사활을 걸고 전기차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메가트렌드에서 낙오하여 영원히 도태하고 마는 것이 산업의 속성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기형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구조 바로 잡을 대안
 

환경부는 내년 초부터 차량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부담금을 매기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실시키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 대해서는 50만~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대해서는 25만~700만원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이며, OECD국가 중에서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면서 중대형차가 73%를 차지하는 국내의 기형적인 자동차시장의 구조를 바로잡고 친환경차 위주의 소형차 시장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이 제도가 유럽산 수입차만 이롭게 해주며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환경 부담금을 전가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행시기를 늦춰달라고 아우성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음 한 편이 영 개운치가 않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고연비 디젤차의 개발을 등한시하였을 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권력인 전기차 개발에 있어서도 한발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모든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책임이며, 자신의 책임을 정부나 소비자에게 에둘러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배출가스 사용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자동차회사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미국 자동차업체인 GM과 크라이슬러이다. 이젠 자국업체를 보호해달라고 정부에 억지를 부리는 시대는 지났다.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 타워 만들어 전기차와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제주도에는 현재 운행차량이 약 30만대이지만 전기차는 아직까지 360대만이 보급되었다. 정부는 제주도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든다는 목표아래 전기차 시범도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2020년까지 제주도 운행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는 제주도내 전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확대는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된 중요한 국가시책의 하나로서 내년부터는 정부가 저탄소 협력금 제도 시행과 더불어 전기차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켜야 한다.

지난해 11월 프랑스를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LG화학과 협력관계인 르노의 전기자동차 체험관을 방문하고 두 회사의 전기차 협력은 양국의 창조경제 모범사례이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인류목표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금년을 전기차 보급의 원년으로 삼고 환경부(보급, 지원), 산업통상자원부(표준), 국토교통부(규제) 등이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전기차와 관련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 육성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 목표대로 2030년에 제주도내 전 차량이 모두 전기차로 바꿔진다면 제주도는 세계 전기차의 메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는 전기차가 친환경 이미지를 살리는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관련업계가 힘을 한데 모아 제주도를 세계 전기차의 메카로 만들어 내길 기원해 본다. /최석포 시민정책연구회 연구위원, 우리증권 메리츠증권 전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