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장 자살시도 '증거조작' 두 번째검찰 수사 어디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4)이 자살을 기도하면서 국정원 '윗선'을 규명하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권 과장의 자살 기도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국정원 협력자 김모(61·구속)씨에 이어 두 번째다.
 
   
▲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뉴시스 자료사진
 
검찰은 권 과장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 국정원 출신 이인철 주()선양총영사관 영사와 함께 문서 위조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에서 27년간 대공 업무를 담당하며 중국에서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블랙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권 과장이 지난달 중국 주재 선양총영사관의 부총영사로 파견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권 과장이 국정원의 조직적인 사전 기획 하에 상부의 지시를 받고 중국 현지에서 문서 위조를 주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19~21일 권 과장을 상대로 부총영사로서 담당했던 업무와 지휘·결재 라인, 특수 활동비 지급 경위와 내역, 위조 문서 입수·전달 방법과 경로, 상부의 지시·보고 여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권 과장은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 과장은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의 진위는 김 과장과 김 씨만 알겠지만 우리는 '진짜 문건'을 입수한다는 전제하에서 관련 활동을 했다""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은닉 활동들을 검찰은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지난 22일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직속 상관인 국정원 대공수사국 팀장인 이모 처장(3)을 소환해 10시간이 넘는 조사를 벌이며 문서 위조와 관련한 지시·보고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러나 이 처장 역시 '문서 위조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검찰이 '윗선' 규명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치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좀처럼 입을 열고 있지 않다.
 
국정원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진술 맞추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반박할 만한 구체적인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압수수색 결과나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건네받은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협력자 김씨에 이어 권 과장까지 자살을 기도하면서 협력자 김씨-김 과장·권 과장-이 처장-대공수사단장-대공수사국장으로 이어지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상부 라인에 대한 조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역시 여러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김 과장은 문서 위조를 사전에 알지도 못했으며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당초 유씨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 기일인 오는 28일까지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 '윗선' 규명 작업을 어느정도 마친 뒤 유씨를 조사하거나 유씨의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악재'가 발생하고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느 정도 나온 뒤에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