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정체성 걸린 문제…"이에는 이" 탈리오법칙으로 맞서야
   
▲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사드 부지를 둘러싼 롯데그룹의 결단은 고심 끝에 나왔음이 틀림없다. 이제까지 중국에 10조원이 넘는 투자, 24개 계열사에 2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롯데가 '소국' 중국의 터무니없는 반발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롯데로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딜레마였을 게다.

그간 롯데는 일본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오너십의 정체성 불신에 크게 위축돼 있던 상황이었다. 국방부를 원망했을 법도 하다. 분명한 건, 긴 고민 끝에 롯데는 대한민국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민간기업으로서 영업이익만을 따졌다면 적당한 정치적 시간 끌기로 감당해야 할 물리적 정신적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알려지지 않은 내막의 진실을 떠나 롯데의 결단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 무릇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의 생존 앞에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를 오랜만에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인데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진작에 사분오열 중이다.

예의 중국은 관영매체, 그러니까 전부 어용인 언론을 전면에 내세워 무례하고 황당한 '겁박'을 파상공세로 펼쳤다. 베트남에게도 큰소리 치지 앉는 중국이 한국을 이리도 얕잡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눈 앞의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한 시류가 유독 두드러진 대한민국, 실종된 국가정신.

롯데를 탓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어이없는 발언은 절망을 더한다. 도대체 이 사단의 근원이 어디에 있다고 본단 말인가! 민주주의하고는 거리가 멀고 먼 중국은 자국 소비자들의 자발적 소비선택이 롯데를 외면할 것이라는 언어도단으로 한국 기업 롯데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분연히 일어날 때다. 롯데가 감당해야 할 부당한 손해가 있다면 정부가 보상하겠다고 선언하라. 일개 민간 기업을 표적 삼는 비열한 중국을 향해 대한민국은 소리쳐야 한다. 중금속 범벅인 미세먼지가 날라와도 모른 척 해 왔던 비겁한 침묵을 깨야 할 마지막 기회다.

   
▲ 사드발 대중국 이슈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국가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태도의 문제이고 국가 정체성을 건 영혼의 싸움이다. 사진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5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중국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사드배치 보복조치 중단 촉구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주 부지를 선제 타격하겠다는 중국의 망발을 계속해서 침묵으로 무시(?)한다면 대한민국은 주변국들로부터 완전히 무시당할 것이다. 침묵하는 주변국을 두들겨 패는 것이 중화의 본능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에게 호통치라.

사드발 대중국 이슈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국가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태도의 문제이고 국가 정체성을 건 영혼의 싸움이다. 만약 삼성, 현대와 같은 다른 기업들도 덩달아 중국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억압과 피해를 받는다면 정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호하냐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탈리오의 원칙'이다. 이 정신의 싸움에서 땅 크기, 인구의 차이는 중요치 않다. 부당함에 대해 정정당당한 목소리 높이는 것. 상응한 탈리오의 원칙을 지키는 것. 어떤 비용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함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대중국 전쟁의 실체다.

아흔 아홉 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 찾기에 신속해야 국가는 신뢰를 얻는다. 단지 돈을 이유로, 당장의 이익과 손해를 핑계로 타협하자는 주장은 저급한 야합이다. 타락한 정치인들의 이러한 비겁한 DNA가 100년 전 한일합방을 성사시킨 거 아닌가!

대한민국이 중화 사대주의와 무엇으로 타협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없다. 중국을 상전으로 모실 텐가? 지난 해 한국을 다녀 온 중국인들이 1741만명에 달했다며 롯데가 이들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중국의 가증한 편향성을 깰 방법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밖에 없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 제재가 북한보다 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망발로 위협하는 중국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득과 대화가 될 것이라고? 더 이상 착각하지 마시라. 이미 중국은 미국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손 볼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의 언론이 관영, 어용 언론이 아님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관영매체 같은 일사 대오는 꿈도 꾸지 못한다.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대한민국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 결연한 의지를 선언하라. 북한 핵에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언정, 적어도 중국으로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김효진]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