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해운업을 상징하던 한진해운이 7일 정리매매를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상장폐지 된다. 한때 최고가 3만 8694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정리매매 기간 12원까지 떨어졌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 다수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이날 6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상장폐지 됐다. 한국 해운업을 상징하는 ‘아이콘’에 해당하는 기업이라 상폐의 의미도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 국내 해운업을 상징하던 한진해운이 7일 정리매매를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상장폐지 된다. 한때 최고가 3만 8694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정리매매 기간 12원까지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증시의 반응은 냉엄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철저하게 이득-손실의 관점에서 한진해운 주식에 접근했다. 일부 차익을 거둔 투자자도 없지 않겠지만 대다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의 경우 여타 정리매매 기업들과는 달리 정매 이후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매우 낮았던 탓이 크다. 결국 ‘폭탄 돌리기’가 예고된 정리매매였던 셈이다.

한진해운이 증시에 상장된 것은 8년 전인 2009년 12월 29일이었다.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첫날 종가는 2만 1300원이었다. 이후 한진해운 주가는 해운업 호황에 탄력을 받아 2011년 1월 7일 3만 8694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 기록을 썼다.

2010년 매출액은 9조 6252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867억원과 2896억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이었다. 

사태가 반전되는 데에는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해운업 업황이 나빠지면서 2011년 492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당기순손실도 8239억원에 달했다. 이후 매출액은 2012년 10조 5894억원, 2013년 9조 6498억원, 2014년 8조 6548억원, 2015년 7조 7355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구조조정으로 2014년 821억원, 2015년 369억원의 영업이익을 겨우 냈지만 현 정부 들어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가 전면적으로 제기되면서 결국 작년 9월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법정관리가 시작된 작년 9월 1일 주가는 1240원까지 내려왔지만 작년 말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330원대로 급전직하 했다. 올해 초 일시적으로 주가가 1430원까지 회복됐지만 파산 선고 직전 780원까지 떨어진 주가는 정리매매 기간 더욱 폭락해 결국 12원으로 긴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폭락한 만큼 투자자들의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한진해운의 소액주주는 5만 3695명으로 이들이 전체 상장주식의 41.49%인 1억 176만 1527주를 들고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법정관리가 진행되면서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처분한 소액주주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회생 가능성을 기대하며 새롭게 매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정리매매 기간에는 그보다 더욱 노골적인 ‘폭탄돌리기’가 이어졌다. 한편 현재 법원에 신고된 한진해운 채권자는 2500곳이 넘는다. 청산 과정에서 한진해운 주주는 채권자보다 변제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에, 한진해운 주식을 마지막까지 들고 있어도 주주들이 얻을 이익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매매 기간 한진해운 주식은 계속적으로 거래되며 투기성 거래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 측이 한진해운 주식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여러 차례 당부했음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증권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한때 온 국민의 땀과 눈물을 표상하던 한진해운 주식이 폭탄돌리기의 제물로 퇴장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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