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주한미군에 사드 배치가 시작됐다. 국방부는 7일 오전 “한미동맹의 결정대로 사드 체계의 일부가 6일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들어와 주한미군기지 내 모처로 이동됐다”며 “장비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면서 실제 배치해서 작전운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사드 전개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한국이 모든 뒷감당을 해야 한다”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중국은 이미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에 이어 중국 내 롯데마트의 3분의1인 39곳을 영업 정지시키는 등 한국제품 불매운동과 반한감정 부추기기로 전쟁을 선포한 상태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반발은 매우 일방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반대 명분으로 ‘국가이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사드배치 명분은 ‘안보’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국가이익은 앞으로 혹시 벌어질지 모를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에 한국이 편입될 수 있다는 ‘미래위협’에 대한 염려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보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현실위협’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중국의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반발과 경제적 보복은 상대국을 무시한 일방적인 입장에서 나온 모순된 조치인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경제협력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시 주석은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참석해 자유무역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것에 맞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막을 수 없다”며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측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세계무역가능 보고서’는 중국 시장의 폐쇄성이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26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역설했지만 정작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펴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이 안보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자유시장주의에 위배되는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 과연 글로벌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 북한이 지난 6일 시행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사진을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중국이 소위 G2를 내세우려면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 문제를 외교력으로 풀어가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우선 미국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마련해 협상을 벌여야지 남한을 상대로 경제적 보복으로 압박하는 것은 선진국답지 못해보인다.  

툭하면 북한과 혈맹관계를 내세우는 중국이다. 남한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약속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현재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중국이 우리나라와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국이익만 내세우는 압박으로 위협적인 국가와 어느 나라가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할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 정부와 여당이 함께하는 당정협의가 7일 열렸고,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됐다. “시진핑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한 일이 있는데도 이번에 사드 배치에 반발해 부당한 보복을 하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은 중국 정부와 같은 목소리로 사드 배치를 ‘알박기’라고 말하면서 비판에 나섰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사드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겨라”고 발끈했지만 이런 전략적 모호성은 야권에서도 비판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따져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민주당 의원들의 두 차례 방중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등 차기 정권에서 사드배치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중국 정부의 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7일 중국의 민간 학회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 탄핵으로 사드 배치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중국 정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롯데 불매운동에 대해 반대하는 경고도 나왔다.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니 학회의 덩위원 연구원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군중 심리를 부추겨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회복된 이후에도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국이 오판을 하지 않도록 중국 대사를 본국 소환하는 등의 보다 강력한 입장을 일찍이 표명했어야 했다”면서도 “베이징의 전략이 한반도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서울과 평양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미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대중국 비중은 2015년 26%로 일본(17.5%)에 비해 높다. 사드는 수개월 후에 배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배치되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착수한 것은 ‘동맹’에 기초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안보위협 속에서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한미동맹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이제는 사드 배치가 미국 MD 편입을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국가도 비판할 대상이 아니라고 ‘돌직구’를 날릴 때이다.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누리고 있는 시기에도 각국의 군비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여기서 대한민국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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