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으로 날을 세우고 있지만, 알고 보면 증권사와 은행이 손잡고 영업에 나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은행과 손을 잡고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은행 채널을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 ‘윈윈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으로 날을 세우고 있지만, 알고 보면 증권사와 은행이 손잡고 영업에 나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사진=미디어펜


특히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은행과 증권계열 자회사간 시너지를 도모해 ‘비은행수익 제고’를 꾀할 수 있는 유효할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 신한‧KB‧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 모두가 은행 위주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일 제주은행과 공동으로 '법인증권거래예금'을 출시했다. 제주은행은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다. '법인증권거래예금'은 제주지역기반 기업고객을 위한 은행 연계 증권계좌로 기획됐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법인증권거래예금 이용자들은 은행계좌와 증권계좌를 나눠 사용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번 상품 출시로 제주은행은 주식거래 등 신한금융투자에서 마련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KB증권 역시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품이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비은행수익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모토에 맞게 다양한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고객들이 은행을 통해 KB증권의 다양한 상품으로 접근하는 모델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 소속이 아닌 증권사들도 은행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미 2015년부터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증권-우리은행 복합상품인 '우리-삼성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보탬통장'은 현재까지 총 2만3848계좌가 개설됐고 잔고는 1429억원 수준이다.

유안타증권 또한 작년 부산은행과 제휴했다. 부산은행의 모바일뱅크인 '썸뱅크'에서 비대면 증권계좌개설 서비스를 개시하며 영업권을 넓혔다. 

은행은 고객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영업 창구다. 고객과의 스킨십을 원하는 증권사들로서는 은행 채널이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은행은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테크 전문성을 매개로 손을 잡으려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원하는 ‘윈윈 효과’가 구현되는 셈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은행-증권사간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시장에선 어쩌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면서 “보다 통합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게 금융서비스도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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