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분명해야 집권해서도 타 국가와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노무현 정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9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입장이 불분명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 "실망스럽다"며 "표 계산"을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주자 일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계산해서 그런지, 이미 (사드가) 배치된 결정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가 '다음 정부에 넘기라'고 했다가 아주 모순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런 표 계산은, 특히 정치의 계절이 되면 사람들이 굉장히 바보같은 결정을 잘 한다"며 "집권을 하려면 입장을 분명히 해야 집권해서도 우리 국민에게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도 더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앞서 외교부 장관 시절 회고록을 통해 200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방향에 대해 '북한 정권에 묻고 결정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고, 그대로 '기권'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폭로를 한 바 있다.

이른바 '대북 결재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이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드배치라는 새로운 현안을 두고 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운 셈이다.

   
▲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사진=송민순 전 국회의원 블로그


한편 송 전 장관은 최근 사드 정국과 관련 "사드를 배치할 명분이 충분히 축적됐다고 미국과 한국이 같이 판단한 것 같다"며 "미국으로서는 사드가 대중(對中) 미사일방어(MD)의 핵심 부분"이라고 야권의 시각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망을 써야 할 정도로 북한이 공격한다면 북한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응징 능력을 강화하는 게 오히려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면서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핵전쟁의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또한 "지금 무기가 많으면 나라의 안보가 (보장)되는 거라는 국가 지도층의 생각이 문제"라면서도 "지금 중국이 하는 행동은 전혀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양비론적 태도를 취했다.

다만 "중국의 사정은 또 알아야 한다"면서 "중국은 (사드를) 자기 집 대문 바로 앞에 CCTV를 놓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자신은 그런 레이더 장치를 미국 본토 앞에다가 하지 않는데 미국은 한반도에 우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전 장관은 "미국은 사드배치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에 밀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이 앞장서 거대한 충돌의 힘이 서로 비껴가게 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이 우리를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카드를 미국이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가진 카드를 한국이 동원해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도록 해야 하고, 중국도 비핵화에 충분히 역할을 한 게 아니다"며 "한·미·북·중 넷이 모여 풀어나가는 틀을 만드는 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의 사드배치 철회 가능성에 대해 "안 할 것"이라며 "결정 자체는 그대로 두되, 중국이 핵심으로 간주하는 X밴드 레이더 현장 배치 시간을 조정하면서 중국에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안 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받아내라' 하고 선순환 조치를 할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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