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회혼란·갈등확대 영향 우려
보수적 경영기조…몸 사릴 가능성 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서 재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은 물론, 기업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경제법안들의 유불리 여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의 기업 수사 방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이번 대통령 탄핵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사회적 갈등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려 대립했던 국민들이 이번 탄핵 결과를 두고 다시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이유다. 혼란이 장기화 될 경우 우리 경제와 경영활동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일인 10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국민 정서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헌재 결정을 갈등을 최소화 하면서 수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만약 이번 결과에 불만을 품은 집단의 분노가 기업을 향할 경우 경영 활동 전반에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계는 탄핵 인용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 등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유력 대선후보들이 핵심 공약으로 ‘재벌개혁’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민주화법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3월 임시국회에서는 대선 이슈 등으로 관련 법안들이 다뤄지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야당에 주도권이 넘어간 국회에서 조기 대선 후 경제민주화법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재계는 상법개정안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G2’의 자존심 대결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재계의 고민이다. 사실상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조기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외교 정책은 2선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비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여행과 유통업은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이 국내산 중간재에 대한 제제는 실행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보복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주의 영향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주의’를 앞세우며 미국내 일자리 창출 등 글로벌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LG전자과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확정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가 삼성과 LG를 직접 지목해 불공정 무역을 거론하는 등 압박의 강도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안정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당분간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많은 기업들이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혼란이 빨리 매듭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기업들도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탄핵 선고에 대한 논평을 통해 “경제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과에 모든 국민들이 승복함으로써 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를 내다보고 올바른 진로를 개척할 수 있게 뜻과 지혜를 모아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의는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대외여건 악화, 주요국 간 신산업 경쟁, 저출산·고령사회 진입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그동안 정치일정에 밀려 표류하던 핵심현안 해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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